책장을 펼치는 순간, 시공간을 뛰어넘는 여행가 월리와 함께 환상의 모험을 떠난다. 역사의 한 장면 속으로, 미래의 우주정거장 속으로, 이상한 그림으로 들어가 어디론가 갑자기 사라진 월리를 찾아내야 한다. 1987년 초판이 출간된 후 짧은 시간 만에 밀리언셀러를 달성하고 지금까지 독보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월리를 찾아라』. 이렇다 할 서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월리를 찾는 게 전부인데 사람들은 왜 그토록 열광했을까?
전 세계 퍼진 월리 바이러스
1987년 영국 워크 사에서 처음 출간한 ‘월리를 찾아라’ 시리즈는 총 7권으로, 출간 이후 밀리언셀러를 기록했으며,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에 100주간 올라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일본에서는 그 인기가 대단해 서점들이 앞다투어 월리 코너를 기획해 선보이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1989년 9월 보림 출판사가 판권을 얻어 단행본이 아닌 ‘위대한 탄생’ 전집 시리즈의 하나로 『왈도 아저씨는 어디에 있을까?』를 처음 선보였다. 그 후 1년 뒤인 1990년 대교출판에서 정식 판권을 얻어 단행본으로 번역 출간해 국내에서도 월리 시리즈는 밀리언셀러의 명예를 얻었다. 당시 우리나라에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성숙하지 못했던 탓에 온갖 가짜 버전이 난무했다. 디지몬이나 포켓몬 같은 외국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모형을 이용한 버전도 있었고, 국내 최고 인기였던 ‘둘리’를 도용해 『둘리를 찾아라』라는 책이 1992년 발행됐다. 이는 본사 둘리나라에서 동의하지 않은 불법 시리즈였다.
여느 출판 시장이 그렇듯 ‘월리’의 인기를 감지한 미디어 관계자들은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힘을 쏟았다. 영국 HIT는 비디오 만화 13편을 내놓았고, 미국 CBS는 이 만화를 전국 네트워크를 통해 방송해 불붙은 월리 신드롬을 더욱 부채질했다. 만화는 월리에게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신비한 마술 지팡이가 있고, 오들로라는 악당 캐릭터가 그 지팡이를 빼앗으려 한다는 스토리를 가미해 서사를 갖췄고, 책 본연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서사만 있는 기존 만화와 달리 한 에피소드에 하나씩 사라진 월리를 찾을 수 있도록 정지된 화면을 100초가량 틀어줘 직접 월리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이 여파는 한국에까지 영향을 줬다. 비디오 출시는 물론이고 국영방송인 KBS 2TV에서 1993년 4월 22일부터 5월 10일까지 방영해 어린이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그 후 2000년대 초 MBC에서 다시 방영해 시대를 뛰어넘는 인기행렬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