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대자연 속 야생 생활의 예상치 못한 장점은 역설적이게도 지속적인 불편함이다. 좋은 농담이나 최고의 연애와 같이 만족이라는 존재는 기다림 후에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것은 원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커피를 마시려고 꺼낸 스토브조차 불이 붙지 않았다. 그래서 우린 그저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수영을 하기로 결정했다. 물 안으로 뛰어들자 극심한 차가움이 온몸으로 파고들었다. 그것은 절대로 금방 잊히지 않을 추위로, 얇은 눈꺼풀조차 파르르 떨리게 만들었다. 태양은 천상의 경로를 따라 미끄러져 조용히 우리가 머무는 산의 움푹패인 볼을 가득 채웠다. 결국 한 시간이 지나자 텐트 위의 얼음은 작은 물웅덩이로 변했고, 우리는 이를 털어내고 가방을 다시 싸서 걷기 시작했다."
여행의 마지막 열흘 동안 우리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한번은 총기규제에 대한 논쟁을 벌였고, 한번은 마지막 이부프로펜패킷을 마지막 정수정제와 교환하는 협상을 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침묵 법칙에 대한 예외일 뿐이었다. 시에라의 아름다움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그리고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그저 거기에 존재할 뿐이다. 얼음과 바위의 신음, 무관심하고 참을성 있는 시간의 분쇄로 형성된 이곳의 풍경 속에서 우리가 벌인 애매하고자 했던 모든 노력은 분명함으로 귀결되었다. 그것은 ‘아무도 탈출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존 뮤어(John Muir)는 “우리는 모두 함께 은하수를 여행한다” “나무와 사람이 함께”라고 썼다. 휘트니산 정상에서 우리는 사진도 찍고 포옹도 나누었다. 하지만 지금 기억나는 것은 그 모든 일을 마친 뒤 10분 동안 희박한 공기 속에서 숨을 고르며 돌아서서 집을 향해 걸어가야 했던 일이다. ‘우리는 모두 함께 은하수를 여행한다(We All Travel the Milky Way Together)’ 프로젝트는 캘리포니아 시에라네바다산맥의 존 뮤어 트레일을 따라 450킬로미터를 하이킹하는 과정을 기록한 것이다.
존 뮤어는 1838년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1849년 미국으로 이주한 뒤 위스콘신주의 킹스턴에서 살았던 환경운동가이자 작가이다. 1892년부터 현재까지 60만 회원을 가진 세계 최고의 환경보호단체인 ‘시에라클럽’을 만들어 죽을 때까지 회장의 임무를 다했다. 그는 클럽 회원들과 함께 자연 국립공원 지정을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으며 그 결과 요세미티, 그랜드캐니언 등 많은 곳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지금까지 잘 보존되고 있다. 세계 3대 트레일 중 하나라는 존 뮤어 트레일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에라네바다산맥과 요세미티 국립공원, 그리고 미국 본토의 최고봉인 휘트니산 사이의 때 묻지 않은 최고의 비경을 가진 산길이다. 존 뮤어는 ‘어떤 것을 그 자체로만 분리하려 노력하면 우주의 삼라만상이 다 함께 얽혀 있음을 알게 된다’고 했다. 우리는 자연과 분리될 수 없고 우주와도 분리될 수 없다. 우리는 모두 함께 은하수를 여행할 뿐이다.
마이클 스나이더(Michael O. Snyder)는 환경과 문화 변화의 관계를 탐구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이자 영화제작자로, 1981년 미국에서 태어났다. 환경과 기후과학을 공부한 스나이더는 자신의 분야에 시각적 스토리텔링과 보존에 대한 지식을 결합하여 사회적 영향을 주도하는 서사를 만든다. 그의 포토 저널리즘 작품은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가디언(The Guardian)』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 등의 매체에 소개되었으며,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또한 그는 인류의 초상 어워드(Portrait of Humanity Award)와 퓰리처상금 (Pulitzer Grantee)을 수상했고 베르타 재단(Bertha Foundation)의 기후 저널리즘 펠로우(Climate Journalism Fellow)이자 환경언론인협회 회원, 시러큐스(Syracuse) 대학의 뉴하우스 학교 시각커뮤니케이션 조교수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