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las of Life : 삶의 아틀라스
Übergang, 시간의 전이 by Josef Schulz
에디터: 세바스티안 슈티제 Sebastian Schutyser, 지은경
사진: 요제프 슐츠 © Josef Schulz
인적 없는, 텅 빈, 사막화된 공간. 이들은 솅겐조약에 가입한 유럽 국가들의 국경사무소들이다. 이들 중 몇몇 사무소는 이국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매력적인 느낌마저 자아낸다. 국경을 넘나드는 여행자들은 더는 몇 시간씩 줄을 설 필요가 없다. 이 사무소들은 유럽인들에게 최근까지도 유럽의 나라들 이 겹겹으로 갈라져 있었다는 서글픈 기억을 상기시킨다. 낙관적인 사람들은 한반도 사이에 존재하는 DMZ를 하나의 환상으로 바라볼 수도 있겠다. 사막화된 판문점을 한번 상상해보자. 남과 북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고 국경사무소는 그저 옛 추억을 간직한 향수의 대상이 되는 모습을. 가장 강력한 대상이 사라지니 세상의 많은 것이 달리 보인다.
오늘의 유럽은 물결처럼 밀려드는 난민들과 테러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리고 유럽의 전역에서 국경사무소를 다시 열자는 주장들이 튀어나오고 있다. 결코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국경사무소의 문을 열게 되면 많은 사회적 문제가 야기될 것이며 크나큰 경제적 손실 또한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정황들을 사실로 바라보자면 유럽은 다시 여러 조각으로 나뉘게 되리라는 것이다. 유럽의 사람들이 다시 흩어지게 될 것이며 유럽 연합이 외치던 고귀한 자유, 평등, 그리고 평화의 정의를 변색시키고 말 것이다.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일은 아닐까? 원치 않는 복원의 단추를 누르기 전에.
요제프 슐츠Josef Schulz는 베를린 장벽이 붕괴할 때 독일에서 사진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이 괴롭고도 수치스러운 과거 역사의 끝이 모습을 드러내자 많은 유럽인처럼 그 역시 깊이 감격했다. 이후 그는 유럽 전역에 흩어진 국경사무소들을 수년에 걸쳐 촬영했다. 수많은 경계를 나누며 서로를 배척하던 마음이 이제는 하나의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베를린 장벽의 붕괴 아래 바치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벨기에와 네덜란드, 이탈리아와 프랑스, 독일과 오스트리아, 그리고 그가 태어난 폴란드의 국경 지대를 방문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그의 열정은 매번 절단되고 다시 그려졌던 이 나라의 국경선과 역사로 인해 박차가 가해졌다. 사진들은 국경사무소가 위치한 장소의 자연환경과 색, 그리고 두 나라의 정서가 적절하게 혼합된 디자인으로 지어진 사무소 건물 등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인간의 회귀본능. 국경이 없던 곳에 국경을 만들고, 다시 국경선을 지웠다가 이제 또다시 땅 위에 선을 그으려 한다.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