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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nka Road: River of Life
글: 세바스티안 슈티제(Sebastian Schutyser)
사진제공: 스미소니언 협회(The Smithsonian Institution)
© Axel Nielsen, © Doug McMains
에디터: 유대란
안데스 산맥의 조그만 왕국은 어떻게 서반구에서 가장 큰 제국이 될 수 있었을까? 그것은 고대의 도로기술과 연관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오래전 고인이 된 안데스의 기술자들에게서 지속가능한 도로개발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최근 스미소니언 협회The Smithsonian Institution가 주관한 전시와 거기서 출간된 책은 잉카 제국(원어로 타완틴쑤유Tawantinsuyu)이 어떻게 도시의 견고한 인프라를 구축했는지 보여준다. 잉카 로드(하빡 냥Qhapaq Ñan)는 인류의 공학기술이 이뤄낸 가장 뛰어난 위업 중 하나로 꼽힌다. 16세기에 잉카가 미대륙 역사상 가장 큰 제국을 통치하게 된 배경에는 잉카 로드가 있었다.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칠레, 콜럼비아, 에쿠아도르와 페루의 지역들을 잇고 있는 이 도로망은 총 39,000km에 달하며 그중 상당 부분이 현재까지도 보존되어 있어 현대 공학자들의 경탄을 불러일으킨다. 믿기 어렵게도, 이 도로들은 철금속이나 바퀴가 달린 교통 수단의 도움 없이, 오로지 사람의 손으로 구축된 것이다. 잉카 로드는 지형에 맞춰 도로를 디자인한 잉카 기술자들의 혜안과 앞선 공학지식, 그리고 주민의 노동력이 결합하여 탄생한 결과다. 워싱턴 DC의 국립 아메리카 인디언 박물관에서 열린 ‘대 잉카 로드The Great Inka Road’전은 잉카 로드에 관한 6년간의 연구 성과를 보여주는 자리다. 이 연구를 통해서 밝혀진 결론은 물에 대한 고대 잉카인들의 이해도와 활용 능력이 대단히 높았다는 것이다. 페루의 마추픽추는 연간 수백만 명의 관광객들을 맞는다. 이들은 산의 정상에 지어진 멋진 건축물을 보면서 감탄하지만 아쉽게도 그중 대부분은 진정한 경이로움이 구조물 아래에 존재한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다. 관광객들의 눈길을 끄는 기념비적인 석조건축물 밑에는 수많은 수로 및 배수로로 이뤄진 복잡한 관개 시스템이 자리한다. 물의 흐름을 제어하고 각자 이어진 분수대로 물을 보내는 역할을 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은 놀랍게도 여전히 그 기능을 하고 있다. 잉카인들이 수백 년 전에 복잡한 관개수로를 구축했다는 사실은 꽤 오래 전에 고고학자들에 의해 알려졌다. 이번 전시는 여기서 심화된 연구의 성과물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물에 대한 잉카인들의 지식이 어느 정도 수준에까지 도달했는지, 그리고 그 지식을 어떻게 도로 구축에 적용했는지 보여준다.
잉카 로드의 탁월함은 지속가능성에 있었다. 잉카의 기술자들은 안데스 산맥의 거친 지형과 기복이 심한 기후를 견딜 수 있는 도로를 짓기 위해 수준 높은 기술적 전략을 필요로 했다. 잉카 로드는 남아메리카의 산봉우리들에서부터 열대성 기후의 저지대를 잇고, 강과 사막을 가로지른다. 잉카인들은 자신들이 처한 지역적 환경에 주목했다. 지역에서 나는 재료를 사용하고 건조환경으로서의 지형을 있는 그대로 보존했다. 또한 잦은 지진을 염두에 두었다. 이런 그들의 지혜는 오늘날 현대의 도로를 건설할 때도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비밀은 잉카인들이 물의 힘을 활용했던 방식에 있었다. 그들은 누구보다 물을 잘 활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물을 파괴적인 장애물로 여기지 않고, 시스템의 일부로서 물이 자연스럽게 자체의 역할을 갖도록 했다. 잉카인들은 가파른 지형에 계단을 지어서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떨어질 때 발생하는 힘을 자연스럽게 소멸시킴으로써 대지의 침식을 방지했다. 높은 고도에는 지역에서 나는 석재를 이용해서 길을 만들어 얼음과 해빙으로부터 땅의 표면을 보호했고, 지지벽을 세워야 할 때는 벽에 구멍을 내서 물이 잘 빠져나가도록 했다. 자연을 보전하는 데 특별한 공을 들였던 잉카인들은 그들이 만든 도로 역시 대자연의 일부가 되길 바랐다. 주어진 자연 환경과 지역 사회를 무시한 채로 기계적 힘과 에너지 과용에 기대어 도로를 건설하는 오늘날 우리와는 참 다른 태도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