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las of Life : 삶의 아틀라스
Splendor on the Empty Boulevard
에디터: 지은경
사진: 사진: 김우영 © Kim, Woo Young
거리에 찬란한 햇빛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텅 빈 거리는 시간의 흐름마저도 멈춰버린 듯하다. 길가의 벽들은 나른한 햇빛을 받아 화려한 색상을 반사시키고 있다. 어느 때인가는 사람들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들로 가득했었을 이 장소, 지금은 수평과 수직, 넓은 면으로만 이루어진 강렬한 색채들이 그 쓸쓸함을 채우고 있다. 이곳은 기이한 풍경을 이룬다. 사막, 바다, 햇빛, 공기, 바람과 같은 원초적인 자연이 가까이 있고 자본주의와 산업화의 마지막 자락으로 버려진 공장 지대가 그대로 남아 있다. 사진 속 시각은 화려한 페인트 색을 머금은 벽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다. 이 단순한 각도에서 우리는 한 폭의 비구상회화를 발견한다. 그리고 사진을 찍는 동안 작가가 느꼈을 강렬한 태양빛과 스치고 지나갔을 산들바람, 멀리서 어렴풋이 들려오는 도시의 소음이 피부로 전해지는 듯하다. 우리는 버려지고 잊혀진 동네의 풍경, 그 안에 머물렀을 공기가 사진가의 시각을 빌어 포착된 순간을 응시한다. 빛의 각도에 따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느낌을 달리하는 색, 색은 그렇게 우리의 삶에 존재한다. 그리고 이야기가 지나간 모든 장소에는 색이 남는다.
사진작가 김우영은 홍익대학교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한 후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에서 사진학을 전공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광고 사진으로 국내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던 그는 그 모든 영광을 뒤로 하고 미국으로 떠나 예술 사진 작업을 이어나갔다. 학부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한 그의 사진에는 도시와 인간에 대한 독특한 감성이 녹아 있다. 그는 자본의 욕망이 넘실대는 도시의 뒷면, 즉 버려진 공장지대와 소외된 모퉁이들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텅 빈 공간에 머무는 독특한 공기를 빛과 색, 질감으로 묘사한다. 그의 사진은 일반적인 시선으로 잡아내지 못하는, 시선을 끌지 못하는 평범하고도 지나치기 쉬운 존재들을 포착해 그 위에 특별함을 부여한다.
그는 시대, 사회, 사람에 의해 소외되고 버려진 장소를 발견했고 그 자체에 매력을 느껴 삶과 예술의 터전으로 삼는다. 그는 이렇게 일상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소재를 얻어 작업한다. 늘 들여다보고 오랫동안 머물면서 관찰하며 어떤 순간을 포착할지 찾아내는 것으로 출발점을 삼는다. 순간을 담아내는 기억이 이미지라는 사진 매체에 근본적 충실하면서 현실을 반영하는 실험을 하기 위해서다. 아무도 일하는 사람이 없는 셔터가 내려진 공장의 앞뜰은 풀이 자라거나 다른 도시를 향하는 자동차의 흔적만 남아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영상화면처럼 속도와 바람이 그 사진 안에서 보인다. 김우영의 사진은 낭만적인 노동시대의 선과 악, 영광과 상처, 진실과 거짓, 삶과 죽음, 희로애락의 감성을 실 공간을 통해 포착한다. 그리고 비물질의 빛과 그림자의 교차 안에서 근원적인 유와 무를 표현하여 실제로 흔들리며 움직이는 이미지처럼 보이게 하여 우리를 매혹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