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쨍쨍 내리쬐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우박을 우수수 쏟아내고 유리창을 마구 흔드는 강한 바람이 부는 변화무쌍한 브르타뉴의 날씨 때문일까? 프랑스 브르타뉴(Bretagne) 지방 수도, 헨느(Rennes)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로 가득하다. 지루할 틈 없이 많은 이벤트들이 도시의 곳곳에서 항상 진행되기 때문이다. 헨느의 문화 심장이라 불리는 레샹리브르(Les Champs Libres), 즉 ‘자유로운 밭’,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밭’이라는 뜻을 지닌 이 도서관은 그저 책을 쌓아놓고 사람들을 기다리는 전형적인 도서관의 모습이 아니다. 이곳은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며 역사에 조예가 깊은 지성인들의 놀이터다.
지식의 저장공간
도서관과 과학관, 그리고 브르타뉴박물관이 모여 이루어진 레샹리브르는 모든 세대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그리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지성의 중요한 영역은 프랑스 역사 교육과 더불어 세계, 그리고 우주 공간으로 향하는 시각의 창을 여는 역할을 한다. 해마다 레샹리브르에서 기획하는 전시와 이벤트들은 하나의 큰 테마로 이루어진다. 이는 하나의 현상이나 주제를 각자 다른 영역, 즉 예술적이고 지성적이며 과학적이고 문화적, 그리고 사회적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므로 많은 시너지 효과 또한 낼 수 있다. 도서관은 생각을 표현하는 모든 방식을 모아놓은 미디어테크다. 글자, 그림, 소리, 영상과 멀티미디어 등 다양한 전달 매개체를 통해 지식을 전달받을 수 있다. 일반 상식부터 예술,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에 관한 모든 것들이 책을 통해, 전시를 통해, 영화와 체험을 통해 사람들에게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교육되어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대가 도서관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다. 또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 홀은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일반 탁자와 의자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한 쪽에는 편안한 소파들에 신발을 벗고 앉아 독서를 즐기는 이들도 눈에 띈다. 이 도서관의 자랑이기도 한 미디어테크에서는 전 세계의 영화와 음악을 오랜 시간 앉아 감상할 수 있다. 또 이곳에서는 음악가들을 초청해 정기적인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건너편은 회의를 하거나 리서치 작업을 위한 컨퍼런스룸과 전 세계의 뉴스와 신문, 잡지들을 읽을 수 있는 프레스룸으로 이루어져 있다. 도서관 입구에는 브르타뉴 지방의 학자들과 작가들의 서재를 재현해놓은 진열장들이 늘어서 있다. 진열장에는 실제 작가들의 필사본과 연구노트 또는 동식물의 표본들이 전시되어 있어 과거 브르타뉴 지방이 어떤 곳이었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도서관은 고서부터 오늘날의 문학과 만화책, 미술서적 그리고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 등을 구역별로 배치해놓고 있다. 특히 어린이를 위한 공간은 놀이터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학교 수업이 이곳에서 이루어지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친구들과 컴퓨터 게임을 할 수도 있다. 단 한 사람당 제한 시간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