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관통해 나아가는 자세

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September, 2020 고통을 관통해 나아가는 자세 Editor.김정희 『페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 유호식 옮김 문학동네 2019년 가을, 하늘은 감탄의 지수를 갱신하며 매일이 아름다웠다. 가을 하늘답게 높고 선명하며, 구름의 무늬는 다채로웠다. 겨울이 다가오면 뿌연 안개 같은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을 것을 예상하며, 2019년의 가을 하늘을 하루하루 소중히 감상했다. 그런데 웬걸, 2019년 겨울에 우리나라를[…]

무언가 하라고, 멈추게 하라고

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September, 2020 무언가 하라고, 멈추게 하라고 Editor.김복희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매일 긴급재난문자가 온다. 집 근처에 확진자가 생겼다거나, 비 피해에 관한 문자들이다. 주말에는 꼭 이런저런 위생을 조심하고 외출을 삼가라는 당부 문자가 온다. 일도 많이 줄었고, 사람을 만나기도 어렵고, 매일이 쉽지 않다. 그냥 이례적인 한때라고 하기에는[…]

토끼에 관한 따뜻한 기억

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September, 2020 토끼에 관한 따뜻한 기억 Editor.이주란 『티베트 린포체의 세상을 보는 지혜』 욘게이 밍규르 린포체 지음 이현 옮김 문학의숲 “지금까지 현대 과학자들이 연구한 모든 생명체 가운데 오직 인간만이 자기 삶의 방향을 의식적으로 선택할 능력을 타고났다고 절대적인 확신을 갖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고백하자면 바로 저런 이유 때문에 나 자신이 인간인 것이[…]

오이김

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July, 2020 오이김 Editor.허재인 『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문학사상사 싱크대에 올려진 채반에 오이 두 쪽이 있었다. 물기가 채 마르지 않은 오이에서 희한하게 해조류의 비릿하면서도 푸릇한 향이 났다. 오이를 만져봤다. 제주도의 울퉁불퉁한 바위가 떠올랐다. 시원했다. 여름이 온 것일까? 책장에서 여름의 향이 묻어 있는 책을 골라봤다. 손에 걸리는 책이[…]

쏟아질 듯한 하늘의 별

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July, 2020 쏟아질 듯한 하늘의 별 Editor.전지윤 『별하늘이 좋아』 고마이 니나코 지음 최춘성 옮김 혜지원 “황금연휴, 밤하늘에 별똥별 비처럼 쏟아진다” (2020. 04. 30 YTN) “코로나19로 맑아진 하늘에 ‘유성우’가 온다” (2020. 04. 20 서울신문) “내일(5일) 밤, 눈 호강 제대로 시켜줄 영롱한 ‘별똥별’ 쏟아진다” (2020. 05. 04 인사이트) 핸드폰으로 이런저런 뉴스를 검색하다[…]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July, 2020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Editor.김정희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유현준 지음 와이즈베리 어린 시절, 학교에서 돌아와 윗집에서 엄마를 기다린 날들이 많았다. 나는 윗집에서 조용히 동화책 읽기에 심취하곤 했다. 대부분 마음씨 고운 사람의 희생이 이야기의 끝을 빛나게 장식하는 이야기였다. 북두칠성 이야기도 그렇게 기억한다. 가뭄이 심하게 든 해에 착한 소녀가 병든 노모를[…]

하늘의 별과 땅의 별

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July, 2020 하늘의 별과 땅의 별 Editor.윤성근 『한밤이여, 안녕』 진 리스 지음 윤정길 옮김 펭귄클래식코리아 진 리스Jean Rhys의 이 재기 발랄한 소설은 줄곧 밤을 이야기하고 있으면서도 밤하늘에 총총히 빛나는 별에 대한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아니다. 딱 한 번 그런 장면이 있다. 그냥 별이 아니라 아주 커다란 별이다. 주인공 사샤와 친구들은[…]

생각하는 별에 산다는 것

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July, 2020 생각하는 별에 산다는 것 Editor.김복희 『솔라리스』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김상욱 옮김 오멜라스 가끔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별이 참 신비롭다는 생각을 한다. 연일 더위가 이어지는 나날인데 새벽 무렵 묘하게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이마를 식힐 때, 먹을 것이 아무것도 남지 않은 집에 작은 생명들이 생겨나 아침이면 죽은 채 발견될[…]

지금 우리 곁에 반짝

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July, 2020 지금 우리 곁에 반짝 Editor.이주란 『이 별에서의 이별』 양수진 지음 싱긋 스무 살 때 선운사에 갔다가 별을 본 적이 있다. 친구와 밤산책을 나온 길이었다. 나름 시골 출신이라는 약간의 자부심이 있는데, 정말이지 그렇게 밝고 많은 별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그 수 많은 별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느껴졌다. 깜깜해서 더[…]

인생이라는 곰탕

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June, 2020 인생이라는 곰탕 Editor.허재인 『곰탕』 김영탁 지음 아르테(arte) 한 사내가 있었다. 이름은 이우환. 한 곰탕 집의 말년 보조 주방장인 그가 옛날 참 곰탕의 비결을 알고 싶어 목숨을 걸고 시간 여행을 떠난다. 바로 소설 『곰탕』의 내용이다. 왜 하필 곰탕일까? 왜 많고 많은 음식 중에 곰탕을 가지고 왔을까? 작가가 만들어낸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