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삶을 물들이는 색,
작가 이수지

에디터: 김선주
사진제공: 신형덕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그림책 작가 이수지는 삶에서 만나는 환상적인 순간들과 그 순간들이 알게 모르게 삶을 변화시키는 모습을 포착해 그린다. 그녀의 책 속에서 꿈의 세계와 현실 세계를 넘나들며 한바탕 신나게 놀다 돌아오면 누구든 미묘하게 달라져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이번에 새로 나온 이수지 작가의 책 『강이』는 현실과 환상에서 재기발랄하게 줄타기하던 그동안의 이야기와는 조금 다르다. 처참한 환경에 놓였던 개 ‘강이’가 그녀의 삶으로 들어오고, 두 아이 ‘산’과 ‘바다’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그들 곁을 떠나간 실제 이야기를 최소한의 색으로 먹먹하게 그려냈다. 검은색의 거친 그림이지만 표정에서 감정이 하나하나 느껴지는 듯하다. 운명처럼 만나 서로의 삶을 물 들여가는 시간을 그린 책 『강이』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강이』를 포함해 20권이 넘는 책을 내셨어요. 작가로도 햇수로 23년이 넘으셨는데, 그림책의 어떤 점에 매료되어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회화를 전공할 때 우연히 책을 작업해볼 기회가 있었어요. 저는 제 본질이 화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림으로 표현하는 게 익숙한데, 회화의 한 표현 매체로써 책을 다루는 것이 제가 글과 그림을 표현하고 싶었던 방식과 잘 맞더라고요. 단순하고 간결하지만 그래서 더 강렬한 매체라고 생각했어요. 미술과 문학 사이, 그 경계의 가능성을 본 거죠.

그래서인지 작가님의 책 중에는 환상과 실제의 경계를 오가는 작품이 많아요. 허상 혹은 또 다른 세계가 거울이나 그림자로 표현되기도 했고요.
저도 제가 환상을 넘나드는 것에 관심이 있는지 몰랐는데 계속해오다 보니 경계에 걸쳐 있는 이야기를 좋아한 것 같아요. 『파도야 놀자』의 경우 책 가운데 제본선을 경계로 실제와 환상을 나눴지만 조금씩 뒤섞이고, 『선』이라는 작품도 펜으로 그린 선과 스케이트 날이 지나간 자국을 중첩해 드로잉의 세계와 스케이팅의 세계를 같이 담아내려고 했어요. 그렇게 완전히 다른 두 세계를 한 장면에 표현하는 게 새롭고 재밌더라고요.
아이들이 상상하며 놀 때 ‘나는 지금 상상의 세계에 있어’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부르니까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지’ 하고 구분하지 않잖아요. 그냥 누구보다 자연스럽게 경계를 왔다 갔다 하는 아이들처럼 몸은 현실에 있지만 잠깐이라도 온전히 쏙 들어갔다 나오는 경험을 줄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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