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April, 2016
Love wins
Editor. 이수언
독립출판물이 우르르 쏟아져나오며 내용 없이 자극적인 소재로 이목을 끄는 것이 달갑지 않은 시점 『여섯』을 알게 되었다. 게이 6명이 각자의 친구에게 성 정체성을 털어놓으며 주고받은 이야기를 엮은 이 책은 ‘신선한 소재=독립출판물=볼 거 없음’이라는 편견을 여섯 빛깔 무지개로 사르르 녹아내리게 했다. 보일 듯 말듯, 알 수 있을 듯 없을 듯 절제된 표지부터 책 속 단순한 레이아웃은 오롯이 게이, 그들의 커밍아웃에 집중하려고 노력한 의도가 보인다. 그렇게 편지를 주고받고, 에세이를 쓰고 사진을 찍고 대화를 나누는 그들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듯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랜덤채팅 속 게이라는 사실을 밝히자마자 ‘에이즈나 걸려 죽어라’라며 노골적으로 욕하는 상대를 만났던 일, 바텀과 업의 구체적인 체위법과 기분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상대의 다른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만, 외모가 안타까워 스스로 속물스럽다고 자책하는 화자도 있고 게이들이 자주 모이는 장소를 보며 대화하다가 갑자기 큰 근육과 많은 털을 가진 남자가 예쁜 디저트 가게에 가는 것을 상상하고 좋아하는 화자도 있다. 이들이 게이라서가 아니라 타고난 입담꾼들이기에 읽을수록 그들의 세계가 궁금해진다. 때로 비밀스럽고 힘들고 평범하기도 한 이들의 이야기는 대부분의 우리에게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그러나 이것만은 짐작할 수 있다. 6명의 사랑꾼들이 그려왔던 헤맴의 끝에 새로운 세계가 있을 거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