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September, 2016
다독여주어 고맙다
Editor. 김지영
나는 가끔 해가 중천이어도 새벽 감성에 빠진다. 주마등처럼 스치는 과거 연인의 기억과 그 감정들이 몰아치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짙은 감성의 그림자가 진다. 이 감성의 그림자를 위해 시집을 들고, 펴고, 읽다 보면 내 마음에 맞아떨어지지 않는 글귀들 탓에 더 가슴이 답답하다.
『오늘따라 詩詩한 그대에게』는 감성에 빠진 어느 날 한 번의 사랑을 경험하기 좋은 책이다. 처음 사랑의 씨앗이 싹튼 순간부터 꽃이 피고 지기까지의 모든 감정선을 순서대로 쫓는다. 시집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한용운, 방씨, 괴테, 미부노 다다미네 등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만남과 헤어짐을 경험한다. 이 시집의 표지는 대게 사랑을 표현하는 핑크색이 아닌 연보라색을 사용해 애매하고 유동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시집의 목차를 초승달, 보름달, 그믐달로 빗대어 사랑의 감정이 차오르고 소멸하는 모습을 표현한다. 시집의 파트가 바뀔 때에는 별이 촘촘히 박힌 밤하늘 사진을 넣어 독자의 감정의 전환을 돕는다. 이 책은 ‘사랑감정’ 시리즈의 첫 시집이다. 앞으로 사랑해서 기쁘고 행복한 감정, 사랑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감정의 시리즈를 출판 계획 중이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바람을 잠재우고 싶고, 또 다른 사랑에 빠지고 싶다면 추천한다. 또렷한 주제와 이야기의 흐름을 지닌 이 책을 ‘사랑꾼들’의 손에 쥐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