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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2017

그날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Editor. 김선주

『내가 내일 죽는다면』 마르가레타 망누손 지음
시공사

계절이 바뀌면 어김없이 옷장 정리의 날이 찾아온다. 얇은 옷이 있던 자리는 두툼한 옷들로 가득 채워지고, 입지 않을 것 같은 옷들은 한참의 고민 끝에 겨우 골라 떠나 보낸다. 선물 받은 옷, 친구와 맞춰놓고 딱 한 번 입은 옷, 맘에 들어 자주 꺼내 입느라 낡은 옷까지. 저마다 사연 하나쯤은 꼭 있기 마련인지라, 어느새 추억 감상의 길로 빠져든다. 그러다 문득, ‘이래선 안 되지 안돼’ 하며 다시 정리를 시작할라치면 처음의 의욕은 온데간데없다.
스웨덴에서는 ‘데스클리닝’이라는 문화가 있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 때 불필요한 것들을 처분하고 정리하는 일을 말한다. 저자인 망누손 할머니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데스클리닝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새 자신의 데스클리닝을 준비할 때가 되었음을 깨달은 그녀는 자신만의 정리 기술과 데스클리닝을 통해 깨달은 것들을 전하기로 한다. 가로 11cm, 세로 18cm로 작고 가벼운 이 책은 그 내용만큼이나 간결하고 깔끔하게 편집되어 있어 주머니에 넣어두고 틈틈이 읽어나가기 좋다.
죽음을 가정하고 주변을 정리하는 일은 지난 삶을 돌아보게 하는 동시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렴풋이나마 깨닫게 한다. 무엇보다 죽음을 가정한 정리는 차마 처분하지 못했던 것들을 떠나보낼 수 있게 한다. 필요 없는 물건을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는 기쁨은 덤이다. 망누손 할머니가 조언한 대로 행복한 순간을 헤아리며 정리하다 보면, 그동안 정신없이 모으고 쌓아 두었던 것들에 가려져 있던 소중한 것들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