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May, 2018
되도록 햇볕이 드는 곳에서
Editor. 김지영
작년 11월 출판사 광전사에서 ‘어른들을 위한 지독한 동화 시리즈’ 두 번째 책이 출간됐다. 첫 번째 책이었던 『컵라면 소녀』와는 이미지와 내용이 상반된다. 발랄한 색채와 전형적인 ‘동화스런’ 이미지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편히 읽을 수 있는 『컵라면 소녀』와 달리, 『흡혈공주』는 그림자 인형극을 촬영한 사진을 사용해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어둡다. 또 이야기도 잔인한 편이라 읽는 내내 공포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했다.이 책엔 아이의 피를 먹어야만 살 수 있는 공주가 등장한다. 갓난아이들을 먹어치우는 공주 탓에 백성들은 분노했고 결국 반란을 일으킨다. 반란이 성공하자 백성들은 공주의 죄를 재판에 올린다. 공주는 재판장에게 자신이 먹은 게 아이의 피인지 몰랐다며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백성들의 분노만 더욱 살 뿐이었다. 사형대 앞에서도 공주는 자신이 먹은 게 백성의 아이인지 몰랐다는 말만 되풀이한다.죄를 지은 사람들 중 열에 아홉은 꼭 이런 말을 한다. “나는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드라마에서는 물론이고 실제 정치판에서도 빈번히 등장한다. 개중에는 정말 몰랐던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바로 이 동화에 나오는 공주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몰랐던 죄가 없던 일이 되진 않는다. 몰랐던 것도 분명 죄가 된다. 자신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이 있다면 그건 분명 잘못이기에. 이 책은 바로 그런 어른들을 위한 책이다. 더불어 죄를 지은 사람 때문에 피해를 입었음에도 가볍게 생각해온 사람에게도 분명 필요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