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식물의 삶을 그리다,
식물세밀화가 이소영
에디터: 박소정
사진: 신형덕
무채색 도시에서 잠시 벗어나 식물이 우거진 푸른 숲속에 들어서면 낯선 기분이 감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바람결에 살랑이는 식물들이 다정히 무언가를 속삭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무슨 이야기를 전하려는 것일까? 여기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식물이 속삭이는 소리에 귀 기울여온 이가 있다. 지난 10여 년 간 식물세밀화가로서 누구보다 식물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저자에게 우리가 잘 몰랐던 식물 세계 산책법을 물어보았다.
요즘 한창 식물문화가 확산되면서 식물세밀화에 관심 갖는 이도 늘어나고 있어요. 10년 넘게 식물세밀화가로 활동하면서 식물세밀화란 정확히 무엇인지, 식물과 함께하는 삶은 어떤지 공유하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책으로 정리하게 됐어요.
식물화는 예술 영역에서, 식물세밀화는 과학 영역에서 이루어진다는 게 가장 근본적인 차이점이에요. 대표적으로 고흐의 < 해바라기>를 보면 알 수 있듯, 식물화는 작가 개인의 사유를 아름답게 표현하는 작품인 반면에 식물세밀화는 식물종을 식별하고 식물학을 연구하기 위한 ‘과학 일러스트’라고 볼 수 있죠. 병원에 갔을 때 의사가 설명하면서 사용하는 인체 해부도를 떠올리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개나리가 왜 개나리로 불리게 됐는지 그 시초로 돌아가 보면, 이를 처음 발견한 사람이 이렇게 생긴 식물은 개나리라고 이름 지었다는 증거로 기록이 있는데 그게 식물세밀화인 거죠.
네, 맞아요. 국립수목원에서 식물세밀화 사업을 처음 시작했기 때문에 여기서 이렇게 부른 것 같은데 ‘세밀’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들어가게 됐는지 잘 모르겠어요. 사실 원어로는 Botanical Art로, 외국에서는 ‘식물학 그림’ 혹은 ‘식물학 일러스트’라고 부르고 있어요. 의학 일러스트라고 하면 듣는 순간 그 쓰임새를 떠올릴 수 있듯이 식물세밀화라는 단어 대신 식물학 그림이라고 써야 단번에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