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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이 말하는 것들
에디터: 지은경
사진: 비비안 마이어 © Vivian Maier, 윌북 제공
베일에 싸인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 그녀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수십만 장의 사진뿐이다. 만약 그녀가 과거 아날로그가 아닌 현재의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그녀의 삶은 달랐을까? 그랬다면 우리는 그녀의 삶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을까? 그녀의 명확한 사진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충분히 가슴에 와 닿지만, 그것들은 여전히 많은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크고 마른 체형, 헐렁한 셔츠나 구식 블라우스를 입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보모와 가정부, 간병인 생활을 전전하던 비비안 마이어. 어마어마한 양의 사진을 찍었음에도 2009년 죽는 순간까지 그녀의 사진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말년엔 노숙자나 다름없는 삶을 살았고 15만 장의 필름을 보관해 둔 5개의 창고는 임대료를 내지 못해 2007년 경매에 부쳐졌다. 그녀의 사진을 갖게 된 존 말루프가 페이스북을 통해 사진들을 소개했고 이후 전 세계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사진 찍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천재적인 감각을 가졌지만, 결국 가난과 싸워야 했으며 죽는 날까지 ‘사진가’라는 타이틀을 가져보지 못한 그녀의 삶은 미스터리 그 자체다.
마이어가 암실로 사용하던 그녀의 욕실에는 수많은 네거티브 필름과 인화 및 현상용 약품 그리고 그녀가 수집한 신문들이 가득했다. 그녀는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어댔지만, 그녀의 사진에는 어떤 규율 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일상에 대한 기록이며 어느 순간에는 자신의 모습을 그 속에 드러내기도 한다. 숱하게 촬영한 자화상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사생활은 거의 알려진 것이 없어 우리는 사진을 통해 그녀의 삶을 추측할 수밖에 없다. 그녀는 어쩌면 자신의 시각과 자아에 대한 생각을 사진 속에 몰래 간직하려 한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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