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가장 마지막에 남는 최소의 발견, 시인 이원

에디터: 김선주
사진: 신형덕

시간은 매 순간 나를 넘어 지나간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으려다가 내가 바라보는 곳이 과거인지 현재인지 미래인지 길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시인 이원은 흐려진 기억도 불안한 미래도 아닌 현재에 집중하고 순간을 살아가려 노력한다. 시인에게 ‘순간’은 뜨겁고 고통스럽지만 세상과 완전한 일치를 이루는 찰나다. 불확실한 어떤 것보다도 확실한 무엇이다. 시인에게 ‘최소’는 99개를 다 포기하고 가장 마지막에 남는 하나다. 『최소의 발견』은 그런 최소의 순간들에 대한 발견이다. 뺄 것 다 빼고 잊을 것은 다 잊어 마지막에 남은 시와 언어, 일상, 예술,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지난여름에 나온 시집 『사랑은 탄생하라』에 이어 주관적인 시선과 정서가 묻어나는 산문집으로 돌아오셨어요. 원래는 감정을 되도록 배제하신다고 들었는데요.
제 시집 중에서는 『사랑은 탄생하라』가 가장 정서가 많이 들어간 편이라 그런지 제 시집이 아닌 줄 알았다고 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원래는 건조하게 쓰는 걸 좋아하고 또 그렇게 오래 써왔어요. 감정이 바깥으로 드러나는 걸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감정이라는 건 정확하지 않고 과잉되거나 빈 곳이 생기잖아요. 그래서 글을 쓸 때는 정확하게 쓰려고 하고, 냉정할 땐 냉정하게 따뜻할 땐 따뜻하게 쓰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산문을 쓸 때는 시와 달리 제가 더 직접적으로 드러나고 감정적인 부분도 많이 노출되는 것 같아요. 쓸 땐 몰랐는데 내놓고 나니 조금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멀리 안 주고 가까운 지인들만 주고 있어요.(웃음)

과거나 미래로 몸을 확장시키면 불안하다고 하셨는데, 이번 산문집을 통해 지나온 순간을 되돌아보셨어요.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되게 이상하더라고요. 스물다섯 살에 시인이 되고 또 그만큼 살아왔으니 중간중간 산문집을 묶어야 했는데 게을러서 안 한 거예요. 그래서 이 책엔 25년 동안의 시간이 들어있죠. 원래 저는 과거를 돌아본 예가 없어요. 집도 한번 떠나면 그 동네는 다시 안 가거든요. 이 책은 사라질 것은 사라지고 남은 최소한의 시간인데, 그 시간을 다시 돌아보는 것이 불편하기도 했어요. 한편으로는 생각보다는 견딜만한 부분도 있고요. 그래도 감정이 많이 날아갔나 봐요.

‘순간주의자’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저는 시간을 길게 생각하지 않아요. 순간주의자라는 건 순간에 집중하는 거예요. 순간과 나의 일치 같은 거죠. 가령 차를 마시면 차와 나의 일치가 있어야 순간이 생기는 거예요. 순간은 입 밖으로 내는 순간 이미 과거가 되는데 그런 면에서 순간주의자는 순간을 한 번도 못 만나는 사람일 수도 있죠. 그렇기에 매시간을 일치하고자 애쓰는 것이 순간주의자고, 일치하고 나면 사라지기 때문에 잘못하면 허무해지기도 해요. 그러니 정신이 맑아야 해요. 정신이 흐리면 다 뒤범벅이 돼서 순간을 단 한 번도 못 만날 수도 있어요. 정신을 맑게 하고 그 시점과 나를 일치시키려 계속해서 애써야 하는 거죠.

2이원광고

Please subscribe for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