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 특별기획
살아 숨 쉬는
캐나다 의회 도서관
에디터: 지은경, 세바스티안 슈티제 Sebastian Schutyser
사진: Library of Parliament
도서관은 가장 뜨거울 수 있는 공간이자 가장 고리타분하고 지루한 공간이 되기도 한다. 아름다운 건축과 역사를 지닌 도서관이라 할지라도, 큰 규모와 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도서관이라 할지라도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이 그 장소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도서관은 생명을 잃은 공간이 되고 만다. 사람들이 책의 전당에서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갈구할 때 도서관의 본질적인 역할이 살아난다. 어린이 도서관이든, 시립 도서관이든, 사설 도서관이든, 그리고 의원들이 모이는 의회 도서관이든, 도서관은 정적인 공간이 아닌 동적인 공간으로 존재해야 한다. 여기 캐나다 의회 도서관을 소개한다. 개탄스러운 시국에 맞서는 현 대한민국 국회 도서관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살펴보자.
캐나다를 상징하는 요소 중 하나인 의회 도서관은 ‘캐나다에서 가장 아름다운 방’이라고도 불린다. 의회 도서관은 1876년에 네오 고딕 양식으로 지어졌다. 거대하게 솟은 장벽과 거친 사암 외관을 갖춘 이 도서관은 오타와 강변의 아름다운 의회 부지에 자리 잡고 있다. 도서관 건물은 당시 최고 건축가 중 한 명인 토마스 풀러Thomas Fuller가 디자인했고, 해리포터가 책을 읽을 것 같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도서관 내부의 실질적인 디자인은 알페우스 토드Alpheus Todd가 완성했다. 알페우스 토드는 밝게 빛나는 돔형의 지붕으로 둘러싸인 대영박물관의 열람실을 본보기로 삼고자 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는 지붕이 붕괴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는 돔 기술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는 대신해서 북미지역 최초로 금속의 뾰족한 형태인 단철 지붕을 주문 제작했다. 빅토리아시대 당시에 단조로 제작된 철 구조물은 매우 미래지향적인 건축물로, 마치 파리에 에펠탑이 처음 세워졌을 때의 파장만큼이나 당시 건축에서는 획기적이고도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도서관의 문들 또한 언뜻 보기에는 나무 소재 같지만 철재로 만들어졌다.
도서관을 이루는 건축 재료들은 당시로써는 매우 현대적인 것이었지만 그 디자인만큼은 오래된 학교를 연상시켰다. 알페우스 토드는 도서관이 중세 유럽 총회의 느낌을 닮도록 네오고딕 디자인을 택했다. 도서관 외장은 16개의 부벽 위에 철제장식으로 마무리되었다. 도서관 내부는 소나무 합판으로 둘러싸이고 꽃이나 석상 가면, 신화 속 동물, 그리고 빅토리아 여왕 등의 환상적인 조각이 그 위에 덧대어졌다. 참나무와 체리나무, 그리고 호두나무로 만든 마룻바닥이 섬세하게 세공되어 있으며, 아름다운 채광이 들어오는 돔 지붕은 이 도서관의 자랑이자 상징이다.
지금의 의회 도서관은 현대식 국회의사당 건물과 살짝 거리를 두고 있다. 그 이유는 도서관이 1916년 화재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건물이기 때문이다. 화재에 대해 심각한 편집증을 앓던 알페우스 토드는 도서관 건물이 주요 의회 건물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있기를 원했다. 그 이유로 도서관은 당시에도, 그리고 오늘날에도 명예의 전당이라 불리는 긴 회랑의 끝에 자리 잡고 있다. 화재는 여러 차례 도서관에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왔다. 1916년 화재로 센터 블록의 대부분이 파괴되었지만, 도서관의 철제문만큼은 화재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었다. 1952년에는 도서관의 둥근 지붕인 큐폴라에 화재가 발생해 어마어마한 연기가 자욱했고 화재 진압을 위해 엄청난 양의 물을 소비해야만 했다. 도서관의 목재패널을 해체해야 했고 몬트리올로부터 내화성이 좋은 소재를 구입해 새롭게 나무 패널을 설치해야 했다. 그러나 도서관을 진정 파괴하는 것은 화재보다는 시간이었다. 오래된 건축물의 벽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했고 창문 누수 문제와 전기 배선 문제, 그 외 수많은 문제로 도시의 랜드마크였던 도서관은 최근까지 구조적 수리를 위해 사람들로부터 폐쇄를 강요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