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with Books: 책과 함께 사는 삶
천년 수도의 숨결을 담다,
Micro Yuan’er Children’s Library
에디터: 박소정
자료제공 Standardarchitecture
사진: 코디네이터 세바스티안 슈티제 Sebastian Schutyser
오랜 역사를 지닌 중국의 수도 베이징, 이곳 또한 세계화 바람에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중이다. 거리를 점령한 높은 빌딩과 쏟아지는 차들, 세계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업체까지 대도시의 전형을 닮아가고 있다. 하지만 천안문 광장에서 1km 정도 안으로 들어가면 뜻밖의 세계가 펼쳐진다. 유서 깊은 다실라Dashilar 마을은 오랜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는 건물들과, 우리말로 골목길을 뜻하는 후통(胡同)이 이곳저곳으로 뻗어 있다. 옛 정취가 물씬 나는 골목에서 사람들의 소박한 일상을 보고 있으면 중국 천년 수도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최근 베이징의 골목 안쪽도 관광 상품화되며 난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데 반해, 다행히도 이곳은 옛것의 가치를 지켜가고 있다.
최근 다실라의 명소로 떠오른 곳이 바로 ‘Micro Yuan’er Children’s Library’다. 과거 300~400여 년간 대형 사합원으로 사용되었던 이곳은 1950년대 베이징 시의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다세대 주택으로 바뀌며 많은 사람이 모여 살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 2014년 주민들의 협의하에 어린이들이 책과 함께 놀고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도서관은 2014-2016년 아가칸 건축 사이클 어워드상Aga Khan Award for Architecture cycle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옛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는 대신에 전통 가옥의 구조를 그대로 살리는 데 초점을 두었다. 마당 가운데 큰 회화나무가 우뚝 서 있는데 이를 중심으로 건물들이 빙 둘러 있어 나무가 건물을 품고 있는 듯한 모습을 연출한다. 또한 건물 지붕 높이까지 이어진 회색 벽돌 계단은 마치 나무와 연결되는 다리처럼 느껴진다. 어린이 도서관은 3평 남짓한 넓이로 내부는 미지의 다락방같이 설계되어 있어 자라나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한 도서관 옆에는 2평 정도의 작은 갤러리가 있는데 크고 작은 예술 전시회를 열어 이곳의 주민들은 물론 이곳을 지나가는 이들의 넉넉한 쉼터가 되어주고 있다.
수백 년 동안 개인의 안식처로 사용되던 곳이 처음으로 공동체를 위한 공간으로 바뀌면서 많은 것들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이곳을 놀이터 삼아 모이기 시작하자 어른들도 이곳에서 함께 어울리게 됐고, 이따금 호기심으로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의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 교류가 희미해진 골목 안, 도서관이 활기를 되찾아줄 싹을 틔우기 시작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Info
Micro-Yuan’er Children’s Library
Cha’er Hutong #8, Dashilar, Beijing, China
Standardarchitecture
No.2 Huangsi Street Dongcheng District Beijing China
www.standardarchitecture.cn
Tel: 86-10-62634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