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but New: 오래된 그러나 새로운

‘녹색 책’의 추억,
어린이 세계의 명작

에디터:유대란, 사진:신형덕

2012년에 복간된 ‘어린이 세계의 명작’ 전집 한정판을 구매한 동료가 있다. 그는 문득 어릴 적 외울 정도로 좋아했던 이 아름다운 책들을 소장하고 싶었고, 같은 추억을 공유한 그의 친언니도 아들을 위해 한 세트를 구매했다고 한다. 일명 ‘녹색 책’으로 불리는 이 시리즈는 계몽사가 1983년 일본의 고단샤와 계약을 맺으면서 국내에 펴냈고, 1990년대까지 나오다가 절판된 전집을 재출간한 것이다.

수익성이 불투명하고 재고 부담이 크기 때문에 한 번 절판된 책이 복간되는 일이 드문 가운데 계몽사가 재출간을 감행한 까닭은 독자들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린이 세계의 명작’은 중고 시장에서 50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었고, 복간해달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간혹 헌책방에 들르면 이 시리즈의 책들이 노끈에 고이 묶여 예약 딱지를 부착하고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을 심심찮게 봤다. 이 책에 대한 정보와 향수를 주제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도 많다. 미디어 셀러가 된 것도 아니고, 동화의 불모지도 아닌 이곳에서 발간 후 30년이 지난 시기에 이 책이 받는 뜨거운 관심의 근거는 무엇일까. 우연일 가능성을 배제하면 아마 30년이라는 세월, 평균적으로 세대가 한 번 바뀌는 시간의 문턱이라는 것에 주목해볼 수 있을 것이다. 추측하건대 1980년대 이 책을 읽고 한창 자라던 세대가 자녀를 낳게 되면서 자신이 기억하는 아름다운 책을 자녀에게 읽히고 싶었던 것일 거다.

1980년대 유명했던 계몽사의 4대 전집 시리즈는 월트디즈니와 계약한 ‘디즈니 그림 명작’, 이탈리아의 프라텔리 파브리사의 ‘어린이 세계의 동화’, ‘어린이 한국의 동화’, 그리고 고단샤의 ‘어린이 세계의 명작’이다. 그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어린이 세계의 명작’은 아름다운 삽화가 한몫을 했다. 오바라 다쿠야, 가미야신, 이케다 히로아키, 다테이시 슈지와 같은 유명 작가들의 아름다운 일러스트가 이야기에 색채와 상상력을 더했다. 재발간된 전집 세트에는 어린 독자들의 상상력을 위해서 글자를 지우고 그림만 수록한 15권이 추가되었다.

어른들이 ‘공부에는 때가 있다’라고 했을 때 비단 국·영·수만을 두고 이야기한 건 아닐 것이다. 상상력을 키우는 데도 적기가 있다. 아마 선과 악, 미와 추, 원인과 결과 등의 단순화된 기준으로 세계를 이분하기 시작하기 전이 아닐까. 이미 어른이 되어서 이 책들을 들여다보자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게 많다. 봄바람의 어머니는 그토록 인자한데 왜 봄바람은 우리의 주인공에게 몹쓸 저주를 거는 걸까, 왜 갑자기 손가락을 잘라야만 왕의 아들을 살릴 수 있단 건지 30대의 어른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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