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with Books: 책과 함께 사는 삶

당신의 세상 속으로,
Writing Studio

에디터: 박소정
사진: © Michael Moran

지하철을 기다리다 우연히 역에 걸려 있는 시 한 편을 읽게 됐다. “말이 많은 것은 욕구가 많은 것이다.” 제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이 시구만큼은 정확히 기억난다. 가슴은 ‘뜨끔’ 했고, 얼굴은 붉어졌다.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배설했을 때 느끼는 쾌감 이후에는 언제나 늦은 후회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인은 이 욕구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고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메시지를 전달하고 표현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 덕분에 오늘날 값진 이야기를 듣고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언가를 전하고 싶은 욕구의 최전선에는 결국 글쓰기라는 것이 남지 않을까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못할 이야기부터 모두가 알아줬으면 하는 이야기까지 우리는 글로 남긴다. 글을 쓰는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자신의 시간이 되는 특별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미국의 뉴욕 롱 아일랜드에 있는 Writing Studio는 글을 쓰는 이들이 꿈꾸는 천국 같은 곳이다. 건물 주변에는 푸른 나무들이 가득 들어차 있으며 소음이 들리는 도로도 없다. 그곳에서는 새들이 정답게 지저귀는 소리와 계곡에 물 흐르는 소리가 가끔 들릴 뿐이다. 오래된 헛간을 고쳐 만든 이곳은 건축가 앤드류 버만의 작품으로, 그는 초목이 바다처럼 풍성한 이곳에서 유유자적하게 띄어져 있는 배를 떠올리며 건물을 지었다고 한다. 내부의 나무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서재가 나오는데, 이곳은 읽고 보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데 필요한 것들만 놓여 있다. 내부의 벽면은 책들로 가지런히 꾸며져 있고 창 너머로는 초록 잎들이 우거져 있어 고요하면서도 편안한 기운이 감돈다. 이 공간의 가장 큰 특징은 천장에 있다. 천장에 기다랗게 낸 창은 하늘로부터 쏟아진 빛으로 이곳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슴푸레한 새벽빛부터 한낮의 빛, 해가 저물 무렵에는 붉은빛으로 공간의 색이 변하며 동화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001_article_lifewidthbooks1

Please subscribe for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