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 특별기획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삶의 터전,
무잉가 도서관(The Library of Muyinga)
에디터: 세바스티안 슈티제 Sebastian Schutyser, 지은경
사진: © BC architects and studies
www.bc-as.org
부룬디 공화국은 우간다와 르완다, 콩고민주공화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작은 나라다. 아프리카의 심장이라 불리는 적도성 기후의 이 나라는 실제로 아프리카 대륙의 중심으로부터 약간 동쪽에 위치해 있다. 부룬디 공화국은 유럽의 지배, 부족끼리의 싸움, 인종청소와 대량학살, 독재정치 끝에 현재 다인종, 다당제, 그리고 민주주의의 회복을 시도하고 있는 공화국으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이곳에 또 하나의 희망과 협동이 새로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바로 아프리카의 정신을 이어받는 커뮤니티 도서관 사업이다.
부룬디의 무잉가 도서관은 지역사회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아프리카 문화에서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교육과 정보교환 등의 활동에서 소외되곤 한다. 종종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격리되거나 사람들의 그룹에서 추방되는 경우도 있는데, 무잉가 도서관은 청각장애 아동들을 포함한 기숙학교와 연결된 도서관이다. 이 도서관 사업은 지역사회와 청각장애와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연결하여 사회를 재통합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더욱 많은 사람이 지역사회와 연결되고 정보를 교환하며 커뮤니티가 성장하게 되면 마을 도서관의 인프라가 구축된다. 이는 곧 지역사회의 발전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무잉가 도서관은 현대 건축의 원리와 지역의 장인들의 노하우에 근거해 참여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이 도서관을 설계한 BC architects and studies 건축사무소는 지역의 지식을 통합하고 현지 인력과의 협업으로 도서관을 지었다. 또한 각국 건축학도들이 찾아와 아프리카 현지인들만이 간직한 건축 양식을 학습하며 공사를 도왔다. 이는 신뢰와 존중의 분위기에서 이루어진 흥미진진하고도 즐거운 프로젝트였다.
도서관은 현지의 기후와 토양의 성질에 맞게 디자인되었으며 지역의 색과 풍습을 그대로 지키는 범위 안에서 지어졌다. 붉은 흙, 손으로 직접 주물러 만든 기와, 손으로 깎은 나무들. 도서관을 짓기 위해 사용된 재료들은 소박하기 그지없지만, 그들이 융합되어 발산하는 아름다움은 대담하고도 감각적이었다.
도서관은 모두를 위한 장소인 만큼 모든 이들을 위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도서관 이사회는 청각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이 일반 학생들과 원활하게 접촉하도록 근처 초등학교, 중학교와 교육적 협력을 도모한다. 또한 ‘영화의 밤’ 행사를 개최해 모든 이들이 함께 어울리는 진정한 커뮤니티 사회를 조성하며 사람들의 통합을 유도한다.
부유하지 못한 부룬디는 건축 자재값이 매우 비싸다. 하지만 극도의 제한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오히려 대담한 기회가 될 수 있었다. 건축가들은 값비싼 자재의 사용 대신 지역에서 나는 재료를 가지고 건설 현장을 꾸려나갔다. 시멘트와 철강, 벽돌의 비싼 비용은 오히려 쉽게 구할 수 있는 생태학적 재료의 잠재력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또한 건축학도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지역민들의 고용은 지역사회에도 활기를 불어넣었다. 사람들은 빈자의 무한한 재료인 흙으로 지은 이 도서관을 자랑스러워했다. 현지에서 나는 재료의 사용을 극대화한 것은 경제적으로뿐만 아니라 생태적으로도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소박한 흙은 아름다울 뿐 아니라 인간과 함께 살아 숨 쉬고 인간을 가장 쾌적한 상태로 지켜주는 매우 고마운 재료다. 주변 환경에서 구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재료는 바로 돌이다. 서로 다른 크기와 형태를 가진 돌들을 자르거나 시멘트로 접착하지 않고 정렬하여 돌벽을 쌓았다. 홍수가 나도 이 돌벽은 무너지지 않는다. 돌의 사이사이로 물이 빠져나가므로 토압과 수압을 줄이기 때문이다. 모래와 흙을 혼합해 압축한 벽돌은 굽지 않고 자연에서 오랫동안 서서히 건조한 것이다. 바닥과 지붕은 구운 점토로 만들어진 기와와 타일로 마감되었고 유칼립투스 나무가 건축의 기둥으로 사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