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문학에 진 빚,
소설가 피에르 르메트르
에디터: 유대란, 사진 제공: 김종우
유럽 추리소설 대상, 코냑 페스티벌 일등 소설상, 미스터리문학 애호가상 등 유럽의 문학상을 휩쓴 피에르 르메트르는 『오르부아르』로 프랑스 최고의 문학상인 공쿠르상까지 거머쥐었다. 이로써 대중성과 문학성을 증명한 그는 프랑스문학의 새로운 지평이라고 평가받는다. 최근 국내에서 출간된 『오르부아르』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대중성에 톨스토이의 깊이를 더하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을 실현한 작품이다. 1차 세계대전 이후 폭력적 자본주의에 의해 파괴되는 개인들의 삶, 가족, 우정, 희생, 항거, 사랑을 다루는 이 소설은 촘촘한 플롯, 풍부한 고증과 풍자, 서스펜스와 반전을 담아 독자가 소설 속 중심에 서 있는 느낌을 준다.
당황스러운 질문이네요. 답을 드리자면 저도 모르게 잘난 척을 해야 되잖아요.(웃음) 물론 너무 겸허한 사람들이 소설가가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소설의 모험적인 요소와 교육적인 요소가 혼합된 그 무엇이 선정 위원회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책이 예상하지 못한 부분, 전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전쟁과 전후의 세계에서 바라본 전쟁에 대한 이야기죠.
헤밍웨이의 문학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그는 등장인물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다고 쓰기보다 등장인물의 행동에 치중했습니다. 그 행동으로 등장인물의 생각을 파악하게 하는 것이죠. 알프레드 히치콕이 했던 말을 좋아합니다. “영화는 보여주는 것이지 설명해주는 것이 아니다.” 제가 이런 식으로 글을 쓰는 또 다른 이유는 독자의 추론 능력을 존중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글을 쓸 때 아주 구체적인 장면을 상상합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쓰지 못합니다. 이런 약점을 일종의 장점으로 만들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이런 구체적인 글쓰기가 독자들로 하여금 책을 끝까지 읽게 하는 매력이 되는 것이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어린 시절부터 문학과 함께 살아왔고 문학을 가르친 경험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항상 소설가가 꿈이었던 건 아니었어요. 25세 때 그리고 35세 때 시도를 했지만, 좋은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만사에 약간 느린 사람이에요. 55세가 되어서야 스타일, 문체, 아이디어가 다 갖춰진 상태였던 거지요. 젊은이들이 조언을 구하면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중요한 인생 결정을 내리기 전에 한 50년 정도 생각해보라고.
스릴러의 굉장한 애독자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어요.
문학 전반에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프랑스 작가든 외국 작가든 가리지 않고 책을 많이 읽었어요. 저는 문학을 너무 좋아하고 문학이 없으면 못 사는 사람입니다. 첫 작품 『이렌』을 썼을 때 이야기를 씀과 동시에 문학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문학에 빚을 갚고 싶다는 생각으로 썼죠. 그래서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무엇을 참고했는지가 작품 속에 그대로 드러나게 했습니다. 그리고 떠오른 이미지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게 되었을 때 일일이 기록하고 목록을 정리해서 감사의 말을 씁니다. 『오르부아르』에도 “젖은 앵무새처럼 머리를 흔든다”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저는 평생 앵무새를 본 적이 없습니다. 이 표현은 스티븐 크레인의 작품에서 읽은 것입니다. 20년 전에 읽은 문장이 떠오른 것입니다. 그래서 책의 말미에 그 이름을 넣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