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west Memoir』는 사진작가 마이클 냅스타인Michael Knapstein이 미국 중서부에서 경험한 미묘한 탐험을 기록한 책이다. 그는 농가, 들판, 나무, 빨랫줄 위에 널린 블라우스처럼 그 자체로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것들을 포착해 미국 중서부의 상징적인 표현으로 승화시킨다. 이로서 수많은 장소를 나타내는 도구로서 이미지의 웅장한 힘을 증명한다. 사진은 매우 미국적이다. 특별할 것 없는 피사체들이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미국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을 찍은 장소는 미국의 중서부, 가장 광활하게 펼쳐진 대륙의 심장부이다.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이나 윌라 캐더Willa Cather의 소설 속에나 등장할 법한 풍경은 고전적인 미국의 모더니즘을 연상시키고, 시대를 초월한 공기는 왠지 모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여기에 정사각형의 사진 포맷과 플래티넘 인쇄에 가까운 스플릿톤, 빈티지한 느낌을 더하는 따뜻한 무광택 종이는 시대적 느낌을 더한다. 이미지들은 무언가 전달하고자 하는 강력한 내러티브를 간직한 듯한데, 작가는 보는 사람에게 해석을 맡긴다.
책의 여러 챕터 중 ‘Forest Fog’, 즉 ‘숲 안개’ 시리즈는 새벽 안개를 품은 미국 중서부 숲의 하루가 시작하는 장면을 포착한 것이다. 아직 잠에서 덜 깬 나무들을 조용히 쓰다듬듯, 새벽 안개는 아무도 없는 숲 속을 포근히 장악한다.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날 준비를 하고 있는 어떤 생명체의 마음 속을 탐험하는 기분마저 들게 하는 사진들이 색다르게 보이는 까닭은 뿌연 안개가 숲의 배경을 하얗게 밝히기 때문이다. 자욱한 안개 속 나무들의 곧게 뻗은 가지들은 되레 우아한 자태를 더욱 뽐낸다.
안개 속에 홀로 듬직이 서있는 나무를 바라보며 문득, 너무나 많은 것에 시야와 주의를 빼앗겨 왔던, 그래서 본질을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스스로를 발견한다. 새벽 숲을 찾아온 안개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떤 아침을 맞이하고 싶은지 생각해본 적 있는가? 새벽 숲만이 지닌 경이로움은 우리로 하여금 현실 속을 부유하던 물음을 소환시킨다. 뒤엉킨 일상을 되돌아 보며, 새로운 여명을 알리는 삶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일깨우는 것이다.
미국 중서부에는 어떤 마법 같은 것이 존재한다. 솔직하고 지극히 보통의 모습, 절제된 듯 하지만 상당히 무심한, 그리고 경솔하기까지 한 역설적인 모습이 한데 어우러져 이상한 조화를 만든다. 나는 사람들이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중서부를 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책『Midwest Memoir』를 만들었다. 그곳은 내가 태어나 자란 곳으로 내 경험과 예술적 미학을 형성하게 해 준 곳이다. 따라서 이곳은 끝없는 변화를 거듭하며 사라지더라도 내 기억 한 편에는 항상 남아있을 장소이다. 중서부는 고전적이며 시대를 초월한 장소다. 거기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존재한다. 나는 사람들에게 그러한 풍경을 전달하고 싶었다. 잠시 멈춰 서면 습한 공기와 함께 뇌우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것이다. 여름 산들바람에 방금 빨아 널은 신선한 빨래향이 실려오고 황홀하게 휩싸이는 새벽녘 숲속 안개가 아침잠을 깨워 당신을 유혹할 것이다. 이것은 나의 중서부 회고록이
다.
_마이클 냅스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