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쓰레기장에서 고통의 나날을 지내다 구조된 검둥개를 3개월간 임시 보호한 적이 있다. 내가 키우는 삽사리 녀석보다 덩치가 훨씬 큰 검은색 레브라도 ‘비비’는 집안 터줏대감인
삽사리의 텃새도 꾹 참고 묵묵히 내 곁에 머물렀다. 큰 아이들 둘을 데리고 산책하는 게 하나도 힘들지 않을 정도로 비비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잘 따랐다. 그야말로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동네에서 마주치는 이웃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못했다. “그 크고 검은 애를 집 안에서 키운다고요?” “그렇게 까만 애는 무서워요” “그런 개는 밖에서 입마개 하고 키우는 거 아니에요?” 까만 털에서 까만 잉크라도 떨어질까 걱정하는 걸까? 이웃들의 이러한 무심하고 야박한 발언들을 참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제야 사람들이 검은색 털을 가진 개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블랙독 증후군(Black Dog Syndrome)은 단지 색이 검다는 이유만으로 검은 강아지 입양을 기피하는 현상을 말한다. ‘블랙독’이라는 단어의 의미 자체가 우울증이나 낙담을 뜻하는 것만봐도 사람들이 검은 개에게 가지는 부정적인 시선을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다. 2014년 미국 NBC뉴스는 검은 개의 낮은 입양 가능성과 더불어 유기견 보호소에서의 높은 안락사 비율에 관해 보도한 적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사하고 고운 흰색털을 가진 강아지를 선호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개의 종이 몰티즈Maltese인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사진작가 김용호와 동물권단체 케어는 검은 강아지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자는 취지를 담아 2018년 ‘블랙독 캠페인’ 사진전을 기획했다. 이 자선화보에는 박주미, 홍종현, 이청하, 라미란, 박성웅, 윤상현 등의 배우들이 대거 참여했다.
‘반려’란 ‘인생을 함께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짝이 되어 함께 삶을 살아가는 일에 우리는 수만 가지 조건을 갖다 붙이곤 한다. 그중 하나가 외모다. 사실 검은 개가 훨씬 멋있다고 느끼는 나로서는 왜 검은 개를 덜 선호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아름다움을 곁에 두고 싶은 욕망은 모두에게 있는 것이겠지만, ‘반려’라는 단어 앞에서까지, 생의 곳곳에 동참하게 될 고마운 생명체를 단순히 외모로 판단하고 선택하려 드는 건 어쩐지 인간의 가장 고귀한 덕목을 잃어버린 행동처럼 느껴진다.
이 땅 위의 모든 존재는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닌다. 사랑하는 친구이자 가족인 반려 존재가 내 곁을 지키고 있는 것, 우리가 우리라는 이름으로 함께할 수 있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힘 때문이다. 세상에 미운 반려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