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hop & the City 세상의 모든 책방
형제의 교회, 도시 방랑자를 위한 책방,
완더스 인 더 브루렌
에디터 지은경, 세바스티안 슈티제 Sebastian Schutyser
사진 유프 반 퓨텐 & 한스 웨스터링크©Joop van Putten & Hans Westerink, courtesy of BK Architects
독특한 문화유산 보존과 활용법으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소도시 즈볼레. 이곳에 위치한 완더스 인 더 브루렌Waanders in de Broeren은 평범한 서점이 아니다. 15세기 대성당이 현대적인 감성을 만나면서 세련된 서점으로 변모된 공간이다. 애서가라면 누구나 고딕 양식의 교회가 하나의 서점으로 완벽한 장소라는 사실에 동의할 것이다. 오래된 서가와 높은 천장,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고요하게 스며드는 기다란 빛줄기까지. 상상 속에 존재하던 경건한 분위기의 서점이 완벽한 모습으로 우리 눈 앞에 펼쳐진다.
이 환상적인 공간은 매년 수천 명의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형제의 교회라 불리던 이곳은 2013년 네덜란드 건축회사 BK Architecten에 의한 개조사업을 계기로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성당 일대는 문화유산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큰 골격과 상징적인 구조물을 보존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이에 따라 건축가들은 교회의 역사적 무결성을 손상시키지 않은 채 3개 층과 700m2 이상의 소매 공간을 추가했다. 아치형 천장, 납창 유리, 샹들리에와 1800년대 초 파이프 오르간으로 채워진 이 공간은 많은 이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과거의 수도사가 오늘날 이곳을 방문한다면, 분명 어리둥절할 것이다. 그러나 높은 아치와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 천장에 그려진 그림을 보는 순간, 이내 본인에게 친숙한 예배당임을 알아차릴 것이다. 예배당 측면의 통로는 현재 상업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중심축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빈 공간으로 예배당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고, 통로 중앙의 계단은 방문객을 상층부로 자연스럽게 이끈다.
새로이 추가된 디자인은 매우 깔끔하고 과장이 없다. 시공에 사용된 건축자재 또한 그 자체로 수수함을 표현한다. 세 가지 색상의 나무와 흰색 페인트로 마감된 석고는 교회와 서적이 지닌따뜻한 색조와의 어울림을 고려한 것이다. 양쪽 회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노르웨이 예술가 키엘 누펜Kjell Nupen이 디자인한 현대적인 스테인드글라스와 역사가 느껴지는 파이프 오르간이다. 이 모든 요소가 한데 어우러져 우아함을 자아내고, 마치 천국에서 책을 읽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