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말 서구 사회의 일부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공존을 찾고 있었다. 미국의 트윈 오크Twin Oaks, 아르코산티Arcosanti, 이탈리아 북부의 다만후르Damanhur, 스코틀랜드의 핀도른Findhorn 커뮤니티와 같은 공동체와 마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1968년 인도 남부에서는 오로빌Auroville이라는 이름의 한 실험 마을이 설립되었고 약 5만여 명의 사람들이 인간 단결을 위한 유토피아를 건설하여 평화롭고도 진보적인 조화를 이루고자 했다. 현재 오로빌에는 50여 개국으로부터 모인 3,000여 명이 영적 연구와 인간 진화의 다음 단계를 논의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곳은 인류 최대의 공동체 마을이자 현 인류가 실현하고자 하는 근래의 유토피아다.
오로빌은 ‘도시의 새벽’이라는 뜻을 지닌다. 스리 오로빈도Sri Aurobindo 는 20세기 인도의 독립운동가로, 인류 공동체의 평화를 위해 ‘마더’라 불리는 협력자와 함께 오로빌을 세웠다. 폰디체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이곳은 민족과 종교적 장벽이 없는 사회이자 돈이 없는 경제, 평생 학습과 영적 연구를 위한 장소로, 은하계의 나선형으로 디자인되었다. 현재 오로빌은 10km2 이상의 토지에 100개가 넘는 소규모 사업장을 포함하고 있다. 이중 어떤 곳은 영적 활동에 근간을 둔 명상과 연구에, 다른 곳은 주로 숲 재조성 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오로빌은 유네스코로부터 인정받은 자체적인 주권을 누리는 도시다. 그러나 일반 다른 도시와 비슷한 구조도, 도심을 중심으로 상권이 발달된 형태도 아니다. 이곳의 중앙에는 황금색 구형의 구조물과 영성의 중심인 거대한 마트리만디르 명상원이 있다. 수백 명의 오로빌 주민이 유일하게 마주치는 장소는 식사를 하는 카페테리아이다.
오로빌 마을에서 거주할 수 있는 오르빌리언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1년간 마을에서 봉사를 해야 한다. 오로빌 주민 중에는 한국인도 몇 가구 존재한다. 생태학적으로 자급자족이 가능한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지만 세계 경제로부터 완벽한 독립을 하고 있지는 않다. 정식 시민인 오로빌리언이 되면 교육을 비롯해 많은 것을 무료로 얻을 수 있다. 또한 원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으며 모든 사람은 하루 6시간 정도를 일하고 매달 한화 30만 원 정도의 돈을 벌며 살아간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이 모이므로 풍성한 문화활동과 경험, 교육이 이루어지는데, 모두 무료다. 서로의 다름은 곧 서로의 스승이자 논의 대상이 된다. 다름을 나누며 풍성한 기술과 문화를 창조할 수 있는 것이다. 모두가 특별해지기를 갈망하는 세상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모두가 평범한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서로를 통해 배우고 그 배움을 또다시 서로를 위해 사용하는 인간의 결의가 이 마을의 거대한 신념이기도 하다. 오로빌 마을에는 수소들이 어슬렁 거린다. 사람이 나타나면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는 강아지처럼 수소들도 사람에게 다가와 반가움을 표현한다. 비건 식사를 하는 오로빌에서 수소들은 음식이 아닌 은퇴한 소들로, 인간의 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