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hop & the City 세상의 모든 책방
방콕에서 찾은 보물
에디터: 이희조, 세바스티안 슈티제 Sebastian Schutyser
2013년 유네스코 세계 책의 수도로도 뽑힌 방콕은 최근 독립출판 씬의 흥미로운 성장세를 겪으며 기존에 굳건했던 대형 서점 모델을 깬 출판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거대한 열대 나무가 빛나는 광활한 자연, 찬란했던 방콕 왕국의 유물, 화려한 쇼핑센터 등 전 세계 여행자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방콕. 이제 독립책방의 새로운 무대가 되어가고 있는 이곳 ‘천사의 도시’에서 오늘은 또 어떤 신비로운 책을 만나게 될까?
방콕의 건물을 보다 보면 앞에 거대한 나무가 서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태국인들의 나무 사랑은 남달라서 건물을 지을 때 앞에 나무가 있으면 나무를 피해 지을 정도라고 한다. 캔디드 북 카페 앞에도 울창한 초록이 감격스러운 거대한 보리수 나무가 우리를 반겨준다. 이곳은 차오프라야강 근처, 과거 잼 공장이었던 곳을 새로 개조한 복합문화공간 ‘잼 팩토리Jam Factory’ 안에 위치해 있다. 방콕 최대 쇼핑센터 아이콘시암ICONSIAM이 있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도시의 한 가운데임에도 조용히 여유를 즐길 수 있어 태국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태국의 개성 있는 독립출판물을 다수 소개하며 작가와의 만남이나 북 토크를 자주 열어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여행지에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 하나, 작은 인연 하나가 다음 여행의 출발점이 되기도 하는 법. 여행자 천국인 방콕에는 수많은 여행자를 위한 여행 책방이 있다. 태국 독립책방의 시초격인 이곳은 규모는 작지만 가지각색 여행서가 천장까지 빼곡히 진열돼 있어 그야말로 독서광 여행자에게 천국 같은 곳이다.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동남아시아의 곳곳을 소개하는 수많은 가이드북을 여기서 만나보자. 가벼운 차림에 배낭 하나 메고 다음 목적지를 찾아 책장 사이를 어슬렁거리는 프로 여행자들의 모습을 힐끗힐끗 구경하는 것도 좋다. 태국어로 된 도서뿐 아니라 영문 서적도 다량 보유하고 있으며, 문학, 사진집 등 다양한 전문서도 함께 만날 수 있다.
‘다사’는 태국어로 ‘노예’를 가리킨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종이의 노예다”라는 슬로건을 내거는 다사 북스는 그야말로 책벌레들이 헤어나올 수 없는 곳이다. 영어 및 다양한 외국어 원서를 다루는 방콕 최대 중고서점 중 하나로, 3층 건물에 2만 2,000권 이상의 헌책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영화, 스포츠, 로맨스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책이 있으며, 영어, 불어, 스웨덴어, 심지어 러시아어까지 다양한 유럽어권 책을 보유하고 있는 덕분에 서양인 이용자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편의를 위해 책장 가운데에 의자가 놓여있고, 곳곳에 있는 작은 사다리들로 키가 닿지 않는 책도 쉽게 꺼낼 수 있어 자유로운 분위기가 돋보인다.
바와 클럽이 즐비한 힙스터들의 성지 로열 시티 애비뉴Royal City Avenue 중심에 밤새 책 읽는 좀비들이 있다고? 좀비 북스는 밤에 스위치가 켜지는 방콕의 올빼미 독서족들을 위해 자정까지 문을 여는 고마운 책방이다. 직접 책을 낸 저자이기도 한 주인장의 취향대로, 무라카미 하루키 컬렉션을 포함한 외국 소설, 태국 신간, 예술 서적, 아동 서적 등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다. 4층은 70년대 스타일의 바로 꾸며져 있어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새벽까지 운영하며, 운이 좋으면 주인장이 아는 유명 밴드들의 라이브 공연을 감상할 수도 있다.
10대들의 거리 시암에 위치한 방콕 아트 & 컬쳐 센터(BACC)는 2008년 개장한 문화예술 공간으로, 하드커버Hardcover 재단이 기획한 예술 전문 서점이 들어서 있다. 비주얼 아트, 디자인, 패션을 중심으로 태국과 전 세계 선진 예술 서적을 취급한다. 지역 및 전 세계 갤러리들의 전시 카탈로그와 다른 곳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절판본도 만날 수 있다.
외국에 나가면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해외 잡지들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더 페이퍼스미스는 킨포크와 같이 전 세계에 판매되는 잡지들이 아닌, 쉽게 국내로 반입되지 않는 독립 잡지들만 모아놓은 매거진 전문 서점이다. 태국 치앙마이에 이미 여러 점포를 운영하는 ‘더 북스미스The Booksmith’가 오픈한 곳으로, 대형 서점이나 인터넷상에 유통되지 않는 개성 강한 잡지를 찾는 로컬 크리에이터나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 점장이 엄선한 잡지들은 한번 판매되면 재입고하지 않아, 매번 찾을 때마다 새로운 컬렉션을 만나볼 수 있다. 쇼핑몰 게이손Gaysorn 플라자와 BTS 역을 잇는 스카이워크에 위치한다.
방콕은 다른 동남아 도시와 마찬가지로 쇼핑몰이 발달한 곳이다. 최근 오픈한 명품몰 센트럴 엠버시Central Embassy 6층에 위치한 ‘오픈 하우스’는 카페, 디자인숍 등 아름다운 라이프스타일 공간이 총집합해 있는 곳으로, 책을 사랑하는 시민들을 위한 서점도 물 론 마련돼 있다. 하드커버Hardcover 재단이 기획해 특유의 인테리어 감각이 돋보이는 이곳은 주말이면 공간을 즐기며 여유롭게 책 을 읽는 시민들로 가득하다. 예술, 디자인, 패션, 요리, 여행 등 다 양한 문화예술 전문서를 만날 수 있다.
프랑스 문화에 관심 있거나 불어를 배우는 중이라면 방콕의 프랑스 책방에 찾아가보는 건 어떨까? 프랑스어로 ‘아시아 다이어리’라는 뜻의 까르네 다지Carnets d'Asie는 프랑스 문화를 알리는 알리앙스 프랑세즈 재단 방콕 지사 입구에 위치해, 매주 새로 들어오는 다양한 종류의 프랑스 신문을 비롯해 1만 3,000여권의 프랑스 서적을 제공한다. 주요 고객은 불어를 사용하는 태국인이나 태국에 거주하는 프랑스인, 여행자들이다. 정기적으로 책이나 글쓰기에 관한 이벤트와 문학 모임, 저자와의 만남 등의 행사를 연다.
한 나라의 역사를 알아가는 것이야말로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다. 시암 북스는 태국과 동남아시아의 유물을 수집하고 관련 서적을 판매하는 책방 겸 잡화점이다. 태국 역사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가진 독일인 주인장이 운영하며, 책과 물건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를 친절히 설명해주니 여행하며 생겼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저렴한 빈티지 엽서, 우표부터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고지도와 신기한 불상들까지, 태국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이면 꼭 찾아가 봐야 할 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