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여름은 뜨겁다. 그을리고 형형색색 다채로우며 타투가 새겨져 있다. 위험하고 야성적이며 격렬하기까지 하다. 바야흐로 이탈리아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의 가벼움과 삶을 향한 사랑을 표현하는 계절이다. 사진작가 로렌조 그리판티니Lorenzo Grifantini는 여름철 이탈리아 해변에 머무는 각양각색의 벌거벗은 몸들이 뜨거운 태양 아래 어떤 이야기를 펼치는지 주목한다. 태양 아래 꺼멓게 그을리는 다양한 형태의 수많은 몸에는 타인의 이목 따위 신경 쓰지 않는 축 처진 배와 주름들이 있는가 하면, 오로지 타인에게 뽐내기 위해 나온 몸도 있다. 적나라한 인체가 드러나는 해변에서 우리는 새로운 인간의 초상을 읽는다. 무엇이 아름다운 몸일까? 또 그 아름다운 몸은 무엇에 의해 아름답다고 규정된 것일까? 왜 우리는 몸이 경이롭다가도 우스꽝스러울까? 인간의 몸은 아름다움, 슬픔, 기쁨, 열정 등 수많은 감정의 형용사를 간직하지만, 어느 한구석은 추하고 우스꽝스러우며 장난스럽고 때로 악취를 풍기게 마련이다. 몸은 한 인간의 감정과 생각을 담는 그릇이자 살아온 세월의 흔적이다. 얼굴을 통해 성격을 유추하듯 몸은 긴 시간의 인생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올여름 우리 해변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