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오래된 것은 빠르게 잊히고 사라져가곤 한다. 낡은 건물이 사라진 자리에 새 건물이 들어서고, 나무 기둥과 흙벽은 콘크리트와 철근이 대신한다. 하지만 옛것이기에 더 아름다운 것도 분명 있다. 그것을 버리지 않고 조화롭게 엮어나가는 마을도서관이 지난 5월 말 제주의 작은 초등학교에 문을 열었다. 관덕정과 제주목 관아가 나란히 지키고 있는 제주의 옛 중심인 삼도동에는 1907년 개교하여 100년이 넘은 제주북초등학교가 있다. 이곳에 위치한 김영수 도서관은 원래 제주북초등학교의 20회 졸업생인 故 김영수 선생이 1976년에 어머니의 90회 탄신을 기리며 기증한 도서관이다. 이를 아이들과 지역주민이 함께 이야기하고 쉴 수 있는 마을의 사랑방으로 운영하고자 제주시 원도심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마을도서관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김영수 도서관은 지상 2층, 연면적 365.03m2 규모로, 평범한 겉모습과 달리 고즈넉한 한옥 같은 내부공간을 자랑한다. 1층은 온돌로, 난방이 되는 한옥식 열람실과 카페, 공부방, 아이돌봄방이 있으며 문을 열고 닫아 방을 나눌 수 있다. 서가와 열람실로 구성된 2층은 탁 트인 창문 너머로 제주목 관아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하여 지역의 유산을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테라스는 제주 전통 기와로 디자인해 사라져가던 원도심의 전통과 현재를 연결했다.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은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책장으로 만들어 단지 이동통로가 아닌 배움과 놀이의 공간으로 기능한다.
사용하지 않는 관사와 창고를 아이돌봄방과 공부방으로 재탄생시켰다는 점은 무엇보다 마을도서관을 지향하는 김영수도서관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 평소에는 학교의 교육 공간이지만 오후엔 부모들이 학교 안에서 아이들을 기다리거나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주말에는 가족끼리 와서 편하게 책을 볼 수도 있다. 특히 돌봄교실을 가지 못하는 아이와 맞벌이 가정 아이들도 편히 머물 수 있다. 김영수도서관은 책을 읽는 공간을 넘어 학교와 지역 주민들이 마을 아이들을 함께 돌보고 교육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자 마을 교육공동체가 되었다. 되살아난 도서관이 앞으로 어떻게 마을의 꿈으로 자리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