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Chaeg: Art 책 속 이야기 예술
석양을 담는 도서관 프로젝트
비블리오테카 델 솔
에디터: 지은경 / 사진: Biblioteca del Sol / Louis De Cordier / Johan Tingne
스페인의 남쪽, 안달루시아의 고원에 작은 도서관이 하나 지어졌다. 솔 도서관(Biblioteca del Sol· 비블리오테카 델 솔) 은 지금의 세대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인류의 중요한 지식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지어진 곳이다. 인류 문화 발전에 기여한 귀중하고도 다양한 산물들을 보관하는 이 도서관은 타임캡슐의 개념으로 보기에는 약간 부적절한 면이 없지 않다. 물건을 캡슐에 넣고 영원히 봉하기보다는 현재 인류가 만들어내는 많은 자료들을 지금도 차곡차곡 선별하여 보관하는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몇 천 권의 책과 청사진들, 지도들과 다양한 씨앗이 보관돼 있다. 이 도서관은 인류 최후의 날에도 건재하여 다음 세대 발전에 중요한 밑거름이 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마른 흙과 돌이 뒹구는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고원들. 겨울이면 차디찬 바람과 여름이면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빛을 모두 받아내야 하는 산. 그래서 이곳은 나무 한 그루 찾기도 힘들다. 있다 하더라도 키 작은 나무들이 추위에 몰린 듯 드문드문 솟아 있다. 둥그런 산의 능선을 따라 돌무더기로 이루어진 구멍이 하나 눈에 띈다. 바로 솔 도서관의 입구다. 도서관이라기보다는 땅속 작은 동물들의 보금자리를 연상케 하는 형상이다. 사람이 몸을 한껏 움츠려야만 들어갈 수 있는 매우 작은 구멍이다. 양치기가 양들을 데려와 우리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조치란다. 솔 도서관은 작은 비영리단체인 마타하재단(Mataha Foundation)의 후원 아래 현대미술 작가인 루이 드 코르디에(Louis de Cordier)가 설계를 맡아 건축됐다.
마타하재단은 우선 고고학적 조사에 착수했다. 그들은 하와라의 이집트 미로로부터 큰 영감을 받았다. 이집트 사막의 모래 속에서 2000년이 넘는 기간을 견디다 최근 발견된 이 거대한 사원 안에는 3000여 개의 방 안에 그려진 아름다운 벽화와 거대한 돌 위에 새겨진 책 등 많은 귀중한 자료들이 동시에 건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