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눈물이 마르는 데 필요한 시간, 작가 최영미

에디터: 유대란 / 사진: 은행나무 제공

‘혁명’이나 ‘투쟁’이라는 말이 어색하고 때로 거북스럽기까지 한 현재지만 이런 현재가 만들어지기까지 누군가는 아프고, 뜨겁게 투쟁해야 했다. 『청동정원』은 1980년대에 대학생이 된 ‘애린’의 눈으로 바라본 뜨거웠던 시대와 청춘의 기록이다. 강의실보다 거리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던 나날들과 방관에도 용기가 필요했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시대를 막론하고 변화에 가장 예민하고 낭만이 고픈 청춘에 대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청동정원』은 작가님의 자전적 요소와 경험이 많이 담긴 작품입니다. 26년에 걸쳐 쓰셨고, 또 정치적으로 불안정했던 80년대가 배경인데, 집필 과정이 심적으로 평탄하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26년 전에 초고를 썼을 때는 좀 괴로웠겠지요. 하지만 시간이 많이 흘렀고 냉정한 관찰자의 시각으로 객관화해서 대상을 봤어요. 자전적 경험이 많지만 ‘애린’은 최영미가 아닌 허구의 인물이죠. 힘든 건 문체의 문제였어요.

초고의 문체는 어땠나요?
-지금 보니까 너무 만연체더라고요. 할 말이 많고 감정이 격앙돼 있으니까 문장이 길고 수식어가 많은 거죠. 당시에는 대상과 거리를 유지하지 못했어요.
주인공 ‘애린’이 좋아하지 않는 캐릭터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적나라했는데 그걸 보니까 화끈거리기도 하고. 소설은 그러면 안 되죠. 여러 개의 초고를 정리해 가는 과정이 유쾌하기도 했어요.

소설을 위해 취재를 많이 하셨어요. 지인들도 많이 만나셨고.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한 친구는 20년 전에 제가 시인으로 등단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최영미가 80년대에 관한 소설을 쓸 거라고 진작에 생각했대요.
취재 과정에서 재미있었던 건 많은 걸 얻을 거라고 기대한 사람에게서는 별 이야기를 못 들을 때가 있었고, 반면에 그런 목적 없이 만난 후배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경우도 있었어요.
사람은 역시 예측할 수 없어요. 감히 인간을 안다고 말할 수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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