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June, 2016
21세기 노동자의 소소한 삶
Editor. 이수언
21세기 대한민국의 노동자가 책을 읽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출근하며 책을 읽는 건 고생을 사서 하겠다는 소리며 업무 시간에는 책을 코로 읽는지 입으로 읽는지 정신이 없을 것이고 퇴근하고서는 읽을 힘이 방전돼버린다. 그뿐이랴. 주말에는 심신이 폐업 신고를 한 터라 아무것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일곱 번째 주머니 속 책은 업무 외 한 줄의 문장도 접하기 버겁고 두려운 이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지루한 일상에 영감을 주기 위한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인 『컨셉진Conceptzine』은 가로 10.3cm, 세로 14.8cm로 책을 읽는 게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어떤 짐도 되지 않을 만큼 작고 가볍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잡지는 이달의 주제에 맞는 아이템을 시작으로 인터뷰, 문화, 여행, 사랑, 에세이, 요리, 인테리어, 31인의 독자 이야기 등 다양한 내용으로 알차게 채워져 있다. 무언가를 읽는다는 게 부담스럽다면 에디터가 추천하는 양동근의 노래를 검색해서 들어보던지, 인터뷰이의 소품과 표정을 들여다본다.
소소한 일상의 가치를 생각해보고 소중함을 깨닫길 바라는 마음에 시작된 『컨셉진』은 그동안 잊고 살았던, 업무서류 외 ‘종이로 찍힌 무언가를 본다’는 즐거움을 환기한다. 잠시 화장실에서 일을 보다가, 출퇴근길 전철이나 버스를 기다리다가 짬을 내 주머니에서 꺼내보는 소소한 즐거움이 모인다면, 인생은 그런대로 살만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