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May, 2019
제로웨이스트 101
Editor. 전지윤
궁금한 것, 모르는 것은 알아야 직성이 풀린다면? 제대로 된 답변을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어 답답할 때는?
책을 찾아봅니다. 뽀뽀를 글로 배웠다던 그녀처럼 말이죠.
지난 4월 1일부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 규칙’에 따라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에서 본격적으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됐다.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자원 순환 사회로 전환하고 폐기물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작년 재활용 쓰레기 대란 이후, 구청에서 분리수거를 더 철저히 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안내책자를 보내왔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아무리 분리배출을 잘해도 재사용, 재활용 할 수 없어 대부분 폐기된다. 결국 낭비를 최소화하는 것이 환경을 위한 옳은 선택이기에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 스타일이 궁금해졌다.
먼저, 소위 ‘살림의 신’이라 불리는 이들의 블로그, 자원 순환에 관한 저널과 기사를 검색했다. 블로그 속 살림의 신들은 어찌 그리 예쁘게 잘들 살고 있는지. 낭비와 폐기물을 줄이겠다는 초심을 부러움이 이기고 말았다. ‘저런 것을 사면 이렇게 꾸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털어내고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인터넷을 뒤졌다. 그때 알아낸 것이 바로 캐스린 켈로그Kathryn Kellogg의 ‘고잉 제로 웨이스트www. goingzerowaste.com’라는 블로그다!
켈로그는 스무살이 조금 지나 자신이 유방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녀는 암을 예방하고자 화장품, 식품 용기, 식자재 등에 관심을 갖고 삶의 변화를 주었다. 내분비계 장애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호르몬 불균형을 일으키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고, 설탕과 카페인 섭취를 줄이고,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 실제로 건강이 나아진 그녀는 이런 생활방식을 더 신뢰하게 됐다. 『101 Ways to Go Zero Waste(제로웨이스트를 위한 101가지 방법)』는 실천 가능한 제로웨이스트 방법을 그녀가 직접 정리한 책으로, 개개인의 작은 노력이 모여 큰 변화를 이루고자 하는 켈로그의 바람이 담겨있다.
켈로그는 책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다. 적과 나를 모른다면 마주할 때마다 반드시 위태롭게 된다”는 손자병법을 인용했다. 쓰레기를 줄이는 데 이렇게까지 경건해야 하다니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이왕 생활습관을 바꾸기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으니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녀는 완벽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제 막 제로웨이스트를 시작한 사람을 위한 조언의 배려도 잊지 않았다. 특히 “Every purchase you make is a vote for the kind of world you want to live in(당신의 구매는 당신이 살고 싶은 세계에 투표하는 것)”이라는 문장이 인상적이다. 투표할 때 숙고하듯이 물건을 살 때도 누가, 어디에서 만들었는지, 이 물건이 정말 필요한지, 다 쓰고 났을 때의 처리방법 등을 생각해야 한다는 말인데, 쓸모가 없어진 후 폐기까지 고려하는 점도 놀랍다.
켈로그는 제로웨이스트 기초 실용서답게 장소별 혹은 상황별 노하우를 잘 정리해 놓았다. 재질이나 용도에 따른 재활용법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기도 하고 타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따라 하기 위해 다른 물건을 구매하지 않도록 DIY 안내를 덧붙여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꾸릴 수 있도록 했다. 필요한 요점을 간결하게 설명하고, 노하우는 번호를 달아 필요할 때 확인한 후 따라 할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 라이프 스타일에 이미 익숙한 이들에게는 이 책이 크게 도움 되지 않을 수 있다. 미국과 한국의 식생활이나 생활습관 차이 때문에 온전히 적용하기 여려운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개인의 의지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그녀의 노하우를 우리의 생활에 맞춰 충분히 수정 적용해보면 어떨까. 나는 가장 쉬운 것부터 실천해보기로 한다. 지금 내 가방에는 손수건, 접는 장바구니, 과일과 채소를 담아올 주머니, 수저집이 들어 있다. 글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주장하는 그대들이여, 모름지기 실용서란 읽었으면 따라 하라고 만든 것임을 잊지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