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Chaeg: Society1 책 속 이야기: 사회1
흑도 백도 아닌 흑백의 이야기 Basterland
에디터: 지은경, 세바스티안 슈티제 Sebastian Schutyser
사진: 줄리아 룬게 © Julia Runge
www.juliarunge.com
인류는 수없이 많은 혼합과 새로운 분류를 통해 발전해왔다. 다양한 민족의 무수한 전통이 만나는 땅에서 강력한 문화가 탄생했고, 때로는 생경한 풍경이 모여 만들어내는 모습이 우리를 계속 전진할 수 있게 했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들만의 혈통(과연 그런 것이 존재하는지도 의문이지만)을 지키고 다른 것은 배척하려는 현대 자본 사회의 근시안적 움직임들이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전통과 혈통은 지켜져야 하는 것일까, 마구 섞여야 하는 것일까? 지키려는 자와 혼합하려는 자, 그리고 혼합에서 탄생한 자들은 복잡한 정체성을 또다시 지켜가고자 노력한다. 인간의 욕망이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인류의 이야기는 결국 ‘타협이냐 고립이냐’의 물음에 끝없이 답하며 지속될 수밖에 없다. 바스터랜드는 그 복잡 미묘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바스터스는 나미비아의 한 민족집단이다. 그들은 남아프리카 코이Khoi 부족의 어머니들과 아프리카에 정착한 유럽 아버지들을 부모로 둔 후손들이다. 18세기에 아프리카로 떠났던 네덜란드인들은 아프리카 남단에 식민지를 건설했다. 그곳에서 백인 여성을 찾을 수 없었던 네덜란드인 일부는 토착민인 코이족 여자들과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바스터스’라는 혼혈인종이 탄생했다. 바스터스Basters라는 이름은 바스터드Bastaard, 즉 ‘잡종’이라는 네덜란드 단어에서 파생된 것이다. 몇몇 사람들은 이러한 뜻을 가진 단어의 사용을 경멸하지만 이 공동체에게 그 이름은 자랑스러움의 상징이다.
다른 인종 간의 결혼을 통해 혼혈로 태어난 후손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공동체 의식을 갖게 되었고, 자신들만의 특성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이러한 문화 개발 활동은 아프리카 공용어인 아프리칸스Afrikaans의 창조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들의 백인 조상들은 부어르Boers(네덜란드어로 ‘시골 사람’이라는 뜻)라고 불렸는데, 이들은 대개 네덜란드 출신의 칼뱅주의자들로 좌우명은 “신앙으로 자라다”였다. 그들 대부분은 백인 혈통을 유지했고 아프리카 땅에서 아직도 부어르 민족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일부 코이 부족과의 결합으로 탄생한 바스터스는 서자 취급과 인종차별의 설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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