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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 스퍼 Het Spui
에디터: 지은경 / 사진: 세바스티안 슈티제 Sebastian Schutyse
암스테르담의 정중앙, 빗질을 한 것 같은 여러 갈래의 운하들이 평행을 이루며 나란히 누워 부드러운 U자의 곡선을 하고 흐르고 있다. 그리고 그 곡선의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제1의 종착역이라고 불리는 헛 스퍼에 도착한다. 바다보다 낮은 땅을 개척하던 네덜란드엔 역시나 많은 수로와 운하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1425년 운하의 물길을 열고 닫던 문의 역할을 했던 헛 스퍼는 1882년 흙이 메워진 후 육지가 되어 작은 길로 새롭게 탄생했다. 현재 그곳은 네덜란드 최고의 책 동네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책방들과 지식인의 카페 등이 빼곡히 모여 있는 이곳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암스테르담의 가장 중요한 지성인의 동네로 그 명성을 쌓아갈 수 있었던 비결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사람이 속하는 장소는 그의 행동이나 마음가짐을 결정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소에서 느끼는 것과 만지는 것, 들리는 소리, 보게 되는 것이 다르고 무엇보다 그 장소에 어울리는 몸짓을 자신도 모르게 이루고 있다. 마치 유니폼을 입은 사람이 함부로 길거리에서 침을 뱉는 등의 행위는 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작가와 에디터, 지성인,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책 사냥을 하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동네가 있다면 그곳에 모이는 사람들은 어떤 모습들을 하고 있을까? 암스테르담의 헛 스퍼(Het Spui)는 지성인들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이루어진 책 동네다. 문학의 밤, 작가 강연 등 책에 관한 각종 행사와 갖가지 문화행사 등이 열린다. 이 동네에 속해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의 온갖 지성을 모두 흡수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그러나 언제나 그 안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네덜란드 사람들. 감정적이기보다는 이성에 근거한 판단을 내리기를 좋아하고, 다양한 문화를 흡수하지만 배타적인 문화에는 함께 배타적인 그들의 지성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네덜란드 사람들의 여러 가지 장점을 모으고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지성인들과 책 문화가 항상 그들의 중심에 서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암스테르담의 중심에 위치한 헛 스퍼는 그러한 지성의 원천이며 후대에 길이 남을 커다란 문화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