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의 경제·생태·문화적 변동 속에서 도시의 공동체정원, 즉 공동체텃밭은 함께 사는 환경과 구성원 개개인의 건강을 회복하는 실제적이고 지역적인 시도로 등장했다. 그런데
공동체정원이 고취시킨 또 한 가지가 있었으니, 사회적 소속감과 정체성이 그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같은 사회에 속해 서로 가족과 친구가 되어 무리를 형성하면, 그 안에서 각자의 다양함이 멋지게 발휘되면서 보다 단단한 공동체를 만들게 되기도 한다. 다양한 품종의 작물이 심어진 밭이 살충제 없이도 병충해를 거뜬하게 이겨내듯, 인간 또한 연대의식을 공유하는 공동체 안에서 계속해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
1990년대 소비에트 연방 붕괴로 인해 쿠바는 석유와 농업장비 원조 및 재정 지원을 더 이상 받을 수 없게 되었다. 당장 부족한 식량 문제에 허덕이던 도시 사람들은 이용할 수 있는 땅을 활용해 식량을 직접 재배하기 시작했고, 그 면적은 점점 넓어졌다. 그리고 머지않아 도시와 채소밭이 큰 덩어리로 합쳐질 정도가 되어, 도시 농업이 국가 통합 식품 시스템의 일부로 자리 잡게 되었다.
아일랜드 더블린과 독일 베를린과 같은 유럽 도시에서도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와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도시 농업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 사진작가 게리 블레이크는 자신의 고향인 더블린의 공동체정원을 탐색하고 기록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후에는 독일과 쿠바의 도시와 마을을 여행하며 다양한 공동체정원을 만났다. 회색 도시의 버려진 땅에서 탄생한이 푸른 정원들은 잘 보이지 않던 도시 곳곳을 생산적인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공동체정원과 도시 농업은 도시 사람들에게 건강한 식품을 스스로 재배할 수 있도록 자극하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개인에게 대안적 경제활동의 한 형태를 경험하도록 한다. 아주 작은땅 안에서도 타인과 나누고도 충분한 먹거리를 얻을 수 있어 큰 보람을 만끽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개개 정원이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먹이고, 이러한 정원들이 모여 연대체가 된다면, 그리고 이러한 연대체가 세계의 도시 곳곳에 생겨난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인류가 직면한 식량 문제는 어쩌면 간단하게 해소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