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las of Life : 삶의 아틀라스

한 여름의 그림

에디터 지은경 / 작가 방은겸, 권철화, 요한한

나는 내 인생의 대부분을 아시아인이 아닌 채로 보냈다. 그 사실을 이제 받아들여야 한다.
방은겸
방은겸은 ‘사과’를 주제로 페인팅 작업을 한다. 하얀 캔버스 위에 투명한 동그라미로 시작한 사과는 화장을 하는 듯한 설레는 기분과 함께 즉흥적으로 출발한다. 그의 동그란 사과 안에는 다양한 감정들이 숨어있다. 미인의 얼굴, 우주, 지구 그리고 달과 해도 있다. 어떤 때는 초승달이 모이고 모여 수북한 털처럼 쌓이기도 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한 편의 시를 이루는 단어와 문장처럼 느껴진다. 그의 사과는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변신하며 카멜레온보다 더 흥미롭고 거침없이, 뒤죽박죽으로 알록달록해진다. 그는 똑같지만 다른 모양의 사과를 만들어내며 다양한 축의 이야기를 찾아가고 있다.
권철화
2019년 개인전 ‘TANGO’ 이후 이번 전시를 준비하기까지, 팬데믹 속에서의 개인적 삶과 감정, 그리고 관계의 변화들이 이번 전시 작품들 속에 담겨 있다. 전시 타이틀을 ‘touch’로 정하면서 작가는 긴 작가노트나 평론가의 서문을 대신해서 그가 써 두었던 짧은 시로 전시를 시작한다. 이는 작가가 그림에 담은 조용한 이야기와 감정들이 관람객에게도 잔잔히 가닿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요한한
요한한은 스마트 디지털 시대가 가져온 신체 감각과 소통 방식의 변화를 고민하며, 이를 설치, 퍼포먼스, 미디어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가속화되는 디지털 문명 속에서 각종 정보와 시각적 자극에 압도되어 인간의 근원적인 주체성이 박탈당하는 상황들을 고찰하며, 피부, 촉각, 움직임과 같은 신체적 요소에 주목한다. 최근에는 인류의 오래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자 신체성을 내포한 북(鼓)을 셰이프트 캔버스shaped canvas로 제작하여 작품 매개체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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