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but New: 오래된 그러나 새로운

한국 최초의 영화 전문 잡지,
『스크린』

에디터:유대란, 사진:신형덕

뉴밀레니엄을 맞기 직전인 1990년대 말, 근거 없는 희망과 더불어 막연한 두려움이 전 세계에 팽배했다. 당시 많은 괴담이 떠돌았는데 노스트라다무스가 예언한 종말이 임박했다느니, Y2K 혼란으로 모든 시스템이 셧다운 될 거라는 등의 이야기는 아마 기억하는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초유의 국가적 경제난을 겪은 이후라 불안감의 강도가 좀 더 셌다. 예측하지 못한 재난을 겪은 다음에 사람은 움츠러드는 법이니까. 비록 거품이었을지라 해도 1997년 외환위기를 겪기 전까지 한국 사회가 누렸던 모든 부문에서의 호황도 박탈감을 증폭하는 데 한몫했을 것이다. 많은 이에게 1990~1997년은 유난히 달콤했던 일장춘몽으로 기억된다.

그중 문화 부문이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며 1990년대는 ‘한국 대중문화의 르네상스’로 불리게 되었다. 1980년대 문화계 일각에서는 이미 다가올 1990년대를 문예 부흥기로 점치고 있었는데, 당시 고려대 사회학과 임희섭 교수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위해 쓴 글을 보면 1990년대의 문예 부흥기는 경제, 사회 발전상 자연스럽게 그 차례가 온 것으로 여겨진 듯하다.

“한국 사회가 그동안은 주로 경제발전을 위해서 거의 모든 가용 자원을 동원하고 투자해왔지만, 80년대부터는 사회개발 분야의 투자가 점차 증가한 가운데 90년대부터는 문화 발전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정부와 국민 사이에 상당히 수용되고 확산되고 있다. (...) 물량적인 성장을 해온 한국 사회는 이제 시민의 문화에 있어서의 성숙을 통해서 여러 가지 형태의 사회병리와 사회문제들을 치유하고 극복해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받아 들여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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