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fferent Point of View 외국인의 한국 책

한·중 사이, 가능성을 엿보다.
엽뢰뢰

에디터: 박소정
사진: 김종우

중국의 역대 황제들이 하늘의 뜻을 받들었던 태산과 공자와 맹자를 낳은 곳으로 유명한 산둥성, 그곳에서 한국문학을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은 이가 있다. 낙엽 엽, 꽃봉오리 뢰 자를 쓰는 큰 눈망울이 인상적인 엽뢰뢰다. 이화여대 국문학과에서 현대 소설 박사과정 중에 있는 그녀는 전액 장학금을 받는 모범생이자, 두 살배기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아이 때문에 유학을 망설였지만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큰 결심을 하고 중국을 떠나왔다. 그녀가 중국과 한국 사이에서 보았던 가능성은 무엇이었을까?

예전에 한국에 머문 적이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대학교를 다닐 때 한국 경상대학교에서 1년간 교환학생으로 머물 기회가 있었어요. 그때는 한국이 처음이라서 모든 것이 서툴렀죠. 한번은 한국 지폐 단위가 헷갈려서 버스에서 천 원권 지폐 대신 만 원권을 요금통에 넣어버린 거예요. 기사님이랑 저랑 둘 다 당황했죠. 그런데 기사님께서 제가 외국인이다 보니 실수로 그런 것을 알아채시고는 선뜻 자신의 지갑에서 만 원을 꺼내서 다시 돌려주셨어요. 만약 제가 그때 휴대폰이 있었다면 나중에 사례라도 했었을 텐데, 죄송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어요. 그 뒤로도 한국에서 좋은 추억들이 많이 쌓여서 중국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계속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어요.

중국에서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청도대학과 연변대학원에서 한국어를 전공했어요. 석사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한국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기초 한국어 강의를 했죠.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다 보니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졌어요. 그래서 한국에 가서 좀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아이가 1살 좀 넘었을 무렵이어서 많이 망설였는데, 큰 결심을 하고 한국 대학원 박사학위에 지원했어요. 당시만 해도 이화여대 대학원 국문학과에 외국인 학생이 없었는데 제 노력이 빛을 봤는지 외국인 최초로 입학허가가 났어요. 아이 걱정이 컸지만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같아서 친정 어머니께 양해를 구하고 올해 2월 말 홀로 한국으로 유학오게 됐죠.

어학을 전공하시다가 한국문학으로 전공을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중국에서는 한국문학 작품을 많이 접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연변대학에서 한국어학과 강사로 일할 때 학과장님이 한국문학을 번역하는 일을 함께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하셨어요. 한국 유명 소설들의 줄거리를 요약해서 한글과 중국어로 소개하는 작업이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한국의 여러 문학 작품을 접했어요. 김동인 작가의 『배따라기』, 최서해 작가의 『탈출기』 등을 번역하면서 몰랐던 한국의 어려웠던 옛 시절을 알게 됐죠. 계속 읽다 보니 한국 작가들에 대한 궁금증도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한국문학을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 같아요.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중국과 다르다고 느끼는 부분은 없으신가요?
그리 멀지 않아서 그런지 크게 다른 점을 모르겠고 오히려 친숙한 느낌이 들어요. 사람들의 정서도 비슷한 것 같고요.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대학 수업 방식에서 차이를 느껴요. 대학별로 다르겠지만 중국 대학에 비해 한국 대학은 발표 위주 수업이 많은 것 같아요. 발표를 준비하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어렵기도 하지만, 철저히 준비해야 되기 때문에 결국엔 더 많은 것을 얻어가게 되니 좋은 것 같아요. 또 하나 다른 게, 제가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편인데 어디를 가나 음식이 거의 빨갛더라고요.(웃음) 그래서 그런 음식들을 피해 다니느라 처음엔 애를 좀 먹었어요. 칼국수, 수제비 이런 음식들이 맵지 않고 맛있어서 자주 찾아요.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많이 찾는데, 실제 중국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요?
중국의 젊은 세대가 한국을 많이 찾는데요, 대부분 한국 드라마, 영화, 음악과 같은 문화에 호감을 갖고 오는 거라 생각해요. 몇 년 전에 한국문학도 중국에서 한동안 큰 인기를 끌었어요. 예를 들면 『그놈은 멋있었다』 『국화꽃 향기』와 같은 작품이 많이 읽혔어요. 이것 또한 한류에서 파생된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런 작품들이 흥행하면서 부작용 같은 것도 생긴 것 같아요. 이 두 작품이 모든 한국문학을 대표할 수 없는데, 두 작품을 본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한국문학은 대체적으로 유행에 민감하구나’라고 단정지어버리는 것 같아 아쉬웠어요. 그래서 제가 열심히 공부해서 한국의 다양한 문학 작품들을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 책을 번역하신 게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책인가요?
첫 번째로 번역한 책은 『손바닥 놀이공원』이라는 유아용 그림책이에요. 이 책의 번역공모전에 응모하면서 번역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어린이들이 읽는 책이어서 의성어가 굉장히 많았는데, 중국어는 의성어가 상대적으로 적어서 어떻게 자연스럽게 표현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책이다 보니 원본의 재미를 그대로 살려 중국의 아이들도 쉽게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이런 노력이 인정을 받았는지 그림책 번역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타게 되면서 중국어 번역판을 내게 됐어요. 이후에는 『매일 따라 하기 쉬운 캘린더 이유식 201』 『역사 속의 소프트웨어 오류』 같은 책을 번역했어요. 중국에서는 한국의 문학 작품도 그렇지만 미용이나 실용서에도 관심이 많아서 여러 면에서 기회가 많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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