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가져왔고 우리 스스로 공간에 대한 개념을 재고하도록 강요했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공간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산업은 어떻게 스스로를 재창조할 수 있을까? 1.5m 이상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앞으로 닥칠 위기에 더욱 잘 대비하기 위해 점진적으로든 근본적으로든 이러한 공간의 특성들을 어떻게 재구성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잡지 『프레임FRAME』은 ‘포스트 팬데믹 놀이 사용 설명서’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소매업과 일터, 그리고 호스피탈리티 산업 등에 가져올 결과를 탐구한다. 그들은 “이러한 공간 디자인이야말로 인간의 생존을 도울 뿐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 어떻게 번성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현재의 이정표”라고 소개한다. 이를테면 캐나다의 창작 집단 레 갸르송Les Garçons은 사진 시리즈인 ‘거리를 둔 저녁식사Distant Dinner’에서 가상 모임과 같은 자가격리 기간에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유쾌함을 묘사하고 있다.
전염병 사태는 쇼핑의 양상을 변화시켰다. 슈퍼마켓은 한 번에 제한된 인원만이 식료품 쇼핑을 하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이전보다 길어진 대기열 때문에 이용
자들은 불만을 쏟아냈고,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일부 슈퍼마켓에서는 레스토랑에서 흔히 사용하던 ‘Waitlist.me(대기자 명단 관리 서비스)’와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곳에서는 최소 1.5m 간격 유지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한 방향 쇼핑을 보장하는 방법으로 바닥에 표시점을 찍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처럼 저밀도 쇼핑은 소매업체 공간이 이전과는 다르게 구성되어야만 가능하다. 데이랩Daylab이 디자인한 상하이의 헤이숍Heyshop은 개인 쇼핑 세션 및 소규모 이벤트용 피팅룸 예약 시스템을 도입하여 점유율을 관리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시대에 호스피탈리티 산업은 소셜 미디어를 포함한
온라인 채널 전반에 의존하게 되었다. 요리사와 소비자 간 관계유지를 위한 통로로 많은 셰프들이 요리 동영상을 활용하고 있다. 소비자와 감성적으로 연결되려는 노력인 셈이다. 한편 온라인 플랫폼과 물리적 서비스의 결합은 호스피탈리티 산업의 성격을 재편했다. 이제 소비자는 셰프가 만드는 음식을 모바일로 사전 주문한 뒤 방문 포장해 집에서도 감각적이고 창의적인 요리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체험 디자인 스튜디오 키친 테오리 Kitchen Theory는 4~6가지의 코스 메뉴와 함께 플레이리스트, 텍스쳐 큐브, 프로젝터, 공중부양하는 접시 등 그야말로 오감을 자극하는 요소로 구성된 ‘Multisensory Dining at Home(집에 서 즐기는 다중감각 저녁식사)’ 서비스를 개발했다. 미식 경험에서는 오감만이 아니라 호스팅도 중요한 요소인 법. 이 프로젝트는 가상현실을 통해 요리사가 고객을 응대한다. 그런가 하면 레스토랑이라는 물리적 공간은 여전히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 중에 있다. 일부 레스토랑은 이미 테이블 분리를 위해 그린하우스 설치를 시도했으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본아페티Bon Appétit는 가상 매장이 있는 배달 전용 레스토랑을 출시했다. 요리는 미국 음식 배달 시장의 선두주자인 그럽허브GrubHub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시카고 지역에서만 주문할 수 있다. ‘분리된 온실’로 불리는 이 레스토랑은 식사 장소와 손님 모두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