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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2020
평균의 허상
글.전지윤
박학다식을 추구했지만 잡학다식이 되어가는 중. 도서관의 장서를 다 읽고 싶다는 투지에 불탔던 어린이. 아직도 다 읽으려면 갈 길이 멀다.
링컨은 정치의 “주된 목적은 인간의 처우를 향상시키는 것, 즉 모든 이의 어깨를 짓누르는 인위적 짐을 내려주고 모든 이가 가치 있는 이상을 추구하도록 길을 닦아주며 모든 이가 인생이라는 경주에서 자유로운 출발과 공정한 기회를 누리게 해주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평등한 맞춤은 우리의 조직들이 우리의 소중한 가치와 보다 밀접히 조율되도록 이끌어줄 이상이다. 또한 우리 각자에게 최고의 자신으로 도약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의 훌륭한 삶을 추구하도록 그 기회의 문을 열어준다. 하지만 평균의 시대에서 개개인성의 시대로의 전환은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가 그런 전환이 일어나도록 요구해야만 한다.
‘평균에 맞춘다’라는 의미의 ‘평준화’는 교육 현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말이다. 요컨대 학교 교육에서 중간 정도 성적의 학생들을 기준으로 수업 진도를 나가는 경우를 들 수 있는데, 이러한 교수법(敎授法)은 다수의 학습자를 관리하는 데에는 효율적일지 모르나 개개인의 학습에는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커다란 물음표로 남는다. 학력주의는 좋은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무리한 사교육이 이루어지는 등의 악순환을 계속해서 낳아왔고, 이를 개선하기 위함이 평준화 정책의 이상(理想)이었다. 그러나 “평균의 횡포” 아래 우리는 개인적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는 삶에 대해 패배감을 느끼는 지경에 이르렀고, 교육 평준화의 허상은 바닥에 버려진 비닐봉지와 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토드 로즈의 『평균의 종말』은 인간의 개개인성을 규명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왜 우리가 평균이란 덫에서 벗어나야 하며, 어째서 교육이 그 시작점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차분하고 친절한 어조로 서술하고 있다. ‘평균 미달’의 좌절을 경험한 학습자였던 로즈는 자신처럼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문제아로 낙인찍히는 바람에 미처 다른 재능을 실현할 기회를 얻지 못한 이들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그는 이제 교육자이자 연구자로서 “교육에 있어 개인의 다차원적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존중함으로써 실현할 수 있는 이상을 우리에게 펼쳐 보여주고자 한다.”
첫째로, 그는 인간을 어떤 단일 속성으로 설명하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우리는 스스로 자기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깨달아야 하고, 다차원성에 의한 “들쭉날쭉성”을 인정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라고 설명한다. 둘째로, 사람은 각자의 상황과 맥락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며, “사람의 맥락에 따른 행동 특징에 초점을 맞추는 새로운 사고 방식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사람마다 다른 특정 목표가 있을 것이며, 그 목표가 완벽히 일치하는 것일지라도 이를 향하는 길은 여러 갈래이며 그 길로 향하는 방법 중 어느 것에도 우열을 부여할 수 없이 “동등한 가치”를 갖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즉, 개인마다 맞는 경로가 다르고 그에 따라 달리 결정될 뿐이라는 게 그의 견해다. 나아가 그는 이를 현장에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한다. 이런 교육연구가와 현장의 교육자들이 있어 교육의 미래는 아직 밝다고 믿는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 본다. “우리는 학생 각자가 다른 모든 학생과 똑같아지면 오히려 더 좋다고 강요하는 고등교육 시스템을 바라는가? 아니면 학생 각자에게 자신만의 선택을 내리게 해주는 시스템을 바라는가?” 우리는 미래 세대가 어떤 선택을 하기를 바라는가? 물론, 이것은 선택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