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December, 2018

팬이라서요, 그래서 읽었어요

Editor. 김지영

주말이면 한가로이 만화방으로 향한다.
사람들이 제각기 짝지어 다니는 거리를 샌들에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안경까지 장착하고 걷고 있노라면 자유롭기 짝이 없다.

『아무튼, 트위터』 정유민 지음
코난북스

원고를 쓸 적마다 어떤 책을 소개하면 좋을지 고민이다. 코너명이 ‘좋은 걸 어떡해’인 만큼 지극히 개인 취향이 폭발하지만, 또 공유는 되어야 하니 적당한 수위를 지켜야 하는 게 문제다. 가끔은 화산의 용암이 흘러넘치듯 주체할 수 없이 먼저 원고를 써놓고, 그 뒤에 격한 단어는 순화하고, 외계어 같은 전문 용어(?)에 친절한 설명을 덧붙이고, 사심은 가득하지만 전혀 중요하지 않은 등장인물의 이름을 삭제하는 과정을 거친다. 나름 괜찮은 글이 나오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만족스러운 만큼은 아니라 지금도 꾸준히 몇몇 덕후들의 덕질 이야기를 찾아보며 더 효과적으로 다가갈 방법을 찾고 있다. 구구절절 긴 핑계로 서문을 연 건 나보다 몇 수 위 트위터 덕후인, 이제는 하다 하다 트위터 에세이집까지 낸 정유민 저자의 『아무튼, 트위터』를 소개하고 싶어서다.
“이 자리를 빌어 말하지만, 저는 선생님의 팬입니다.”
코난북스와 제철소, 위고가 힘을 모아 출간하는 ‘아무튼’ 시리즈는 ‘생각만 해도 좋은, 설레는, 피난처가 되는 당신에게 그런 한 가지가 있나요?’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시인, 활동가, 목수, 약사,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개성 넘치는 글을 써온 이들이 자신이 구축해온 세계를 한 권에 책에 담아내고, 독자는 책을 통해 저자와 함께 그 세계를 동행할 수 있다. 이번 2018년 8월에 출간된 『아무튼, 트위터』 역시 마찬가지다.
저자는 몇몇 큰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고, 지금은 몇 번의 입사와 몇 번의 퇴사를 거쳐 프리랜서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어떨 때 보면 ‘에디터’보다 ‘트잉여’가 직업이지 않을까 의심스러울(?) 때도 있다. 그녀의 삶에 트위터는 꽤 큰 영역을 차지한다. 다양한 SNS 채널이 많은데도 그녀가 트위터에 유독 빠져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트위터야, 아프지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트잉여에게 트위터가 사랑받는 이유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을 테다. 미디어나 SNS로만 접하던 저자의 이야기는 겉핥기에 불과하다.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와 더불어 경쾌하게 풀어낸 트위터 이야기가 담긴 『아무튼, 트위터』를 읽고 있노라면 트위터리언이 아닌 나 역시 왜 그들이 ‘트위터야, 아프지마’라는 따뜻한 시선(?)으로 트위터를 바라보는지 알 것 같다.
“광고 좀 보면 어때. 눈이 닳는 것도 아닌데.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라고 오지랖을 떨며 내 타임라인 시간대를 마음대로 뒤섞는 것도 참아줄게. 자리 비우지 않고 내가 더 열심히 트위터 하면 되지. 가끔 트위터 공식 앱이 먹통이 되고 피드 새로고침이 버벅거려도 용서할게.”
저자는 자신이 트위터를 시작한 계기와 현실로부터 도망쳐 가상 세계에 간 개인적이거나 사회적인 이유, 트위터리안의 따뜻함, 트위터의 특성 등을 재미난 에피소드와 함께 진솔한 마음으로 책에 담았다. 더불어 이토록 사랑하는 트위터지만 객관적인 시선으로 문제점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내용뿐 아니라 책 표지도 참 재미있다. 트위터의 고유 색상인 파란색을 중심으로 로고 모양에 파랑새가 날아가고 있고, 저자의 반려견 ‘일일이’(그런데 왜 일일이 털이 흰색이지? 갈색이지 않나?)가 함께 커다란 새의 등을 타고 하늘을 훨훨 날고 있다. 그림뿐 아니라, ‘@’ 표시로 저자 이름을 해시태그한 것도 어느 분의 센스인지 궁금하다.
“내 트윗이 여러 번 알티되는 것이 무슨 변화를 불러오겠나 싶었는데 뜻밖의 부작용이 있었다. 페이스북에 짤방을 올려 광고 수익을 얻는 자들이 트윗을 무단 캡처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단’이라는 데서 화가 났고, 그것으로 ‘수익’을 얻는다는 데서 두 번째로 화가 났다.”
내게 저자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 10가지를 대라 하면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가며 일일이 설명할 수 있지만, 그중 몇 가지만 꼽으면 다음과 같다. 시원시원한 정유민표 문체와 대중이 쉽게 공감할만한 주제를 끌어와 탁월하게 자신의 이야기에 힘을 싣는 능력, 어려운 단어나 문학적인 문장을 통해 멋을 내지 않아도 타인의 인상에 남을만한 맛깔나는 글, 140자 안에서 하고자 하는 말을 응축해 적는 것을 오래해서인지 짧은 한 문장이어도 허를 찌르는 힘이 있다는 것. 어쩌면 그녀의 매력은 편집자의 직업병이 낳은 결과물일 수 있겠으나 개인적으로 그녀가 자신의 매력을 살려 ‘최애’ 트위터에 관한 책을 낸 게 고맙다. 새 트윗 알람을 기다리지 않고 그녀의 속 시원한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있는 창구가 생겨서.
P. S. 선생님, 그래도 저는 아직 트윗은 무섭네요. 그래도 눈도둑질은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