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il of Tales 동화 꼬리잡기
타탄코가 미래의 지구에서 보낸 편지
에디터 전지윤
자료제공 세상모든책
아무런 예고도 없이 한날한시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들이 사라진다. 46억 년이라는 지구의 시간에서 인간 종의 역사는 한낱 찰나에 불과하나, 인간은 열렬히 지구를 멸망으로 이끌어 가고 있던중이다. 이런 생존과 번영의 길을 택한 것이 인간이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인류가 사라지자 지구는 빠르게 야생성과 자연을 복구한다. 2008년에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채널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인류가 사라진 세상(Aftermath: Population Zero)〉에서는 인류가 사라진 이후 지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시뮬레이션으로 보여주었다. 인간의 탐욕스런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지구는 자가 정화와 회복으로 인류의 흔적을 지운다. 지구는 인간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우리는 지구가 필요하다.
중국 우한 발 COVID-19가 팬데믹pandemic이 되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하지만 아이들을 집에만 두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몇몇 아이들은 학교 앞 공원과 놀이터에서 한두 시간씩 공을 차거나 자전거를 타며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러다 “엄마, 물!”하고 달려와 가방을 활짝 열어 물병을 찾아간 아이 덕분에 그 안의 책들이 쏟아졌다. 눈에 띄는 컬러와 책의 크기 때문인지 브루노 토뇰리니Bruno Tognolini가 쓰고 마르코 소마Marco Somà가 그린 『인공지능 로봇』을 아이 친구의 엄마가 보고 싶어 했다. 잠시 훑어보더니 책에 그려진 로봇들이 너무 귀여워서 애들이 좋아하겠다며 웃음을 터뜨린다. 직업병인지 그냥 그렇다고 하면 될 것을 잘 읽어보면 생각거리가 많아서 아이와 이야기 나누기 좋다 하니 ‘아, 그래요?’ 하며 살포시 내려놓는다. 괜히 끼어들어 책에 대한 호감을 반감 시켰나 미안하기도 하고 책을 읽고 나서 아이와 감상을 나누는 것을 어렵게 느끼는 것인지 경솔한 오해를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른과 아이 모두 잠깐이라도 숙연해지며 할 말이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더욱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고 언제라도 어떤 형식이건 개의치 말고 함께 대화하기를 조심스레 권하고 싶다.
최초의 인류가 현생 인류로 진화하기까지 인간의 시간으로 얼마나 오래 걸렸던가. 그 더딘 진화를 만회하기라도 하듯 우리 인간은 사력을 다해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달려왔다. 지구의 시간에 비하면 매우 짧은 시간을 이 땅에서 보냈으면서 구석구석 그 손발이 닿지 않은 곳이 없고 인류의 번영을 위해서라면 다른 종의 희생은 물론, 삶의 터전인 이 지구마저 희생시킬 듯 달려왔다. 이런 열정 덕에 인간은 현재 역사상 가장 풍족하고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상태를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4차 혁명의 도래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타탄코도, 인간은 충분히 편리하고 편안하며 행복을 누릴 수 있었지만 탐욕을 자제하지 못해 자멸의 골로 빠지고 말았다고 탓한다. 무심한 듯 내뱉지만 하얀 물소의 영(靈)은 그런 인간을 보며 때로는 즐거움에 웃음을 터뜨리고, 안타까움에 숨을 참았으며, 슬픔에 몸을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