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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칵테일의 르네상스
글: 세바스티안 슈티제(Sebastian Schutyser)
에디터: 유대란
‘칵테일’이라는 용어가 순수하게 미국에서 생겨난 것인지 유럽에서 유래한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 풍부한 맛의 새로운 음료를 만들어내는 이 기술이 미국 정통의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칵테일 기술은 19세기 중반 무렵 미국에서 탄생해 금주법이 시행된 1920년 전까지 발전을 거듭했고 전 세계의 구석구석에 퍼져나가며 전 세계인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원리와 기술, 그리고 놀라울 만큼 다양한 도구와 공식이 탄생했고, 이런 다채로움이 칵테일 자체를 정의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토록 풍부하고 ‘맛있는’ 전통은 20세기 초에 맥을 잃는다.
이제 뉴욕에서는 나비 넥타이를 맨 바텐더가 쿠페잔에 담긴 클래식 맨해튼을 다양한 부류의 손님에게 내가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것은 백 년 전만큼이나 흔한 풍경이 되었다. 그러나 이런 클래식 칵테일이 과거에 누렸던 영광을 되찾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칵테일 마니아라면 맨해튼(Manhattan), 올드패션드(Old-fashioned), 민트 줄렙(Mint Julep), 사제라크(Sazerac) 같은 클래식 칵테일들의 이름이 익숙할 것이다. 실로 이런 칵테일들은 미국에서 1920년 금주법이 발효되기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던 것들로서, 오랜 세월을 버틴 노장 같은 칵테일들이다. 이 칵테일들은 주재료로 들어가는 술 자체의 맛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둔 클래식 칵테일의 대표주자들로서 제조방식이 비교적 쉽고 간단하다. 현대에 이르러 이국적인 재료와 첨단 기계를 이용한 새로운 칵테일들이 탄생하며 한때 뒤로 밀려나기도 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다시 인기를 되찾고 있다. 그런데 이런 세련된 클래식 칵테일 문화는 어쩌다가 맥이 끊길 위험에 처했던 것일까. 그리고 어떤 연유에서 최근 다시 각광받게 된 것일까?
클래식 칵테일이 쇠락했던 원인은 다방면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로,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칵테일이 사장되다시피 한 시기가 미국에서 금주법이 시행된 시점과 겹친다고 지적한다. 당시 최고의 칵테일 기술자 믹솔로지스트(mixologist)들은 금주법이 시행됨과 동시에 나라를 떠나거나 직업을 바꿨다. 자연스럽게 이후 몇십 년간은 바텐더들의 수준이 하향 평준화되었다. 바텐더로서 갖춰야 할 기술과 자질의 수준이 낮아진 것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1950~1960년대의 식음료계는 품질이나 전통보다는 빠른 속도와 편리함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였다. 바텐더들은 더 이상 재료를 직접 손질하거나 만들지 않았고, 바텐딩이라는 직업은 과거 칵테일의 황금기 시절에 요구되던 높은 수준의 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다. 1980년대에 들어 인공 조미료와 감미료가 개발되며 직접 배합한 재료나 바로 짠 주스를 대체했고, 꼬냑, 호밀 위스키나 홀란드 진 같은 풍미가 강한 술은 보드카같이 향이 옅은 술에 의해 밀려났다. 당시 미국과 유럽에서는 패스트푸드, 전자렌지, 휴대폰 문화가 확산되고 있었고, 심지어 캔에 들은 칵테일이 등장했다. 당시 사람들은 무엇을 얻느냐보다 얼만큼 빠르게 얻느냐를 더 중요하게 여겼던 것이다.
최근 부활하기 시작한 클래식 칵테일의 유행은 가벼운 술 한 잔이라도 장인정신이 담긴 것을 마시길 원하는 이들에게 반가운 일이다. 21세기가 시작될 무렵부터 런던과 뉴욕의 유명한 바들이 클래식 칵테일의 콘셉트와 메뉴를 선보이며 클래식 칵테일 붐은 급물살을 탔다. 그들은 과거 클래식 칵테일이 지니는 단순하면서도 정직한 매력을 부각시켰다. 원재료와 베이스로 쓰는 각기의 술 맛을 최고조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진 클래식 칵테일은 ‘클래식’(고전)이라는 말 그대로 시대를 초월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명불허전이고 비유하자면, 정직한 친구 같다. 그래서 클래식 칵테일을 마시는 것은, 온갖 인공 감미료로 입맛을 교란시켰던, 마치 거짓말을 일삼던 친구 같은 존재에게 작별을 고하고 그간 잊고 있던 진실을 마주하는 일마냥 신선한 경험이다. 클래식 칵테일의 부흥은 ‘슬로 푸드’ 운동에도 비견된다. 전통적인 조리방식과 건강한 재료를 강조하는 ‘슬로 푸드’ 운동처럼 과거와의 고리를 찾는 데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