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ic : 이달의 화제

추리소설

에디터: 박중현,김지영, 김선주

200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미스터리에 대한 인간의 오랜 지적 본능은 논리적 추론으로 미궁 속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소설에 열광하게 했다. 의문의 사건과 이를 해결하는 탐정의 활약, 그리고 마침내 밝혀지는 진실, 이 단순한 구조만으로도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탄생시키는 미스터리한 추리소설. 이달의 토픽에서는 그 탄생과 장르적 속성, 추리소설에 대한 인식과 그 현주소까지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1-추리소설 추리하기
추리소설의 기원
오늘날 추리소설의 역사는 약 180년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인간에겐 추리 능력이 있으므로 그 훨씬 이전부터 추리 요소 있는 이야기는 존재해왔다. 대표적으로 고대 그리스 비극 『오이디푸스 왕』 역시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할 것’이라는 신탁의 수수께끼가 밝혀져 나간다는 점에서 추리 요소가 있다. 더불어 전문가들은 “유명한 피해자, 예비 단계의 수수께끼들, 부수적인 애정 문제, 점차 밝혀지는 과거, 가장 아닐 것 같았던 사람이 범인으로 드러나는 결론” 등에서 추리소설과 오이디푸스 신화 간 유사점을 지적한다. 추리소설의 중심 요소인 미스터리mystery 역시 그 역사가 오랜 편인데, 비밀 의식이나 가르침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미스테리아mysteria를 어원으로 하며 중세에는 숨겨진 종교적 진실을 나타내는 신의 계시를 가리키기도 했다. 또한 사건 해결의 단서가 되는 ‘실마리’를 뜻하는 영어단어 ‘clue’는 그리스 신화 속 영웅 테세우스Theseus가 반인반우(半人半牛)의 괴물 미노타우로스Minotauros를 죽이고 미궁을 무사히 탈출할 수 있도록 미노스Minos의 딸 아리아드네Ariadne가 길게 풀어 안내한 ‘실타래clew’에서 비롯했다.

2-추리소설이 대체 뭐라고
왜 추리소설을 읽는가
추리소설이 태동한 19세기 영국은 대도시의 등장으로 구조가 복잡해지고 범죄도 증가했던 시기였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추리소설이 유통되었고, 대중문학의 발달로 읽을 줄 아는 독자층이 형성되면서 지적 유희를 즐길 수 있는 추리소설을 찾기 시작했다. 정기간행물 종수의 폭발적인 증가는 이에 불을 붙였다. 영문학자 데이비드 M. 스튜어트는 “19세기 영국의 다양한 도시 폭로담, 범죄 리포트, 도시 미스터리 등 저렴하고 신속하게 유통되었던 대중적 읽을거리들이 독자로 하여금 자신들이 살고 있는 도시 환경을 탐험할 수 있게 하는 해석적 기능을 수행했다”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즉 추리소설을 통해 급변하는 도시 이면에 대한 상상을 해소하고, 개인적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도시 문제들이 상징적으로 치환되는 과정에 열광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추리소설은 법과 규범을 거스른 범인이 체포되어 처벌받는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범죄란 패배가 예정된 부조리한 환상일 뿐임을 확인하게 하기도 했다. 19세기 당시에는 상류계급 출신 탐정이 지배계급을 대변하여 그들이 가진 고도의 추리 능력과 전문성이 곧 지배계급의 우월성을 나타냈고, 그들이 결국 영웅으로서 승리하는 모습을 통해 당대의 지배구조를 옹호하고 강화했다. 사회파 추리와 하드보일드 추리 등 인간의 본성과 사회문제를 다루는 추리소설의 등장은 과학적 지식과 이성의 힘으로 세계를 해석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신념의 표현이기도 했다. 독자들은 탐정의 활약을 통해 사회적 질서와 정의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범죄에 대한 경각을 얻게 된 것이다.

3-추리소설가 A의 수첩
1. 모든 단서는 탐정과 독자가 함께 알 수 있어야 한다. 독자에게도 작중 탐정과 똑같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2. 범인은 초기 단계부터 등장해야 한다. 속마음을 미리 공개할 필요는 없지만 느닷없이 나타난 인물이 범인이 되어서야 공정한 게임이라 할 수 없다.
3. 범인은 이론적 추리를 통해 판명되어야 한다. 우연, 암호, 동기 없는 자백 등에 의한 결정은 안 된다. 독자에게 고생스럽게 범인을 찾도록 해놓고 잘 안 되니까 ‘실은 내 손 안에 모든 단서가 있다’고 놀리는 비겁한 행위다.
4. 범인은 소설 속에서 어느 정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인물이어야 한다. 전혀 관심도 없는 인물이 범인으로 결론 나서는 그 허무함을 감당할 길이 없다. 알고 보니 사고 또는 자살이었다는 결말도 마찬가지로 안 된다.
5. 탐정은 모든 단서를 수집, 분석하여 그 결과로 범인을 체포해야 한다. 이 과정이 완벽하지 않으면 문제집 해답편을 먼저 보는 것과 같은 꼴이 된다.

November18_Topic_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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