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with Books: 책과 함께 사는 삶

책, 이상을 품은 그림,
책가도

에디터: 박소정
자료제공 경기도박물관

“비록 책을 읽을 수 없다 하더라도 서실에 들어가 책을 어루만지면 오히려 기분이 좋아진다.”—정자(程子)

책이 가득한 공간에 들어서면 숲 속에 온 듯 머리가 맑아지며 기분이 설렌다. 그곳에 있는 많은 책을 다 읽을 수는 없을 테지만 아무도 없는 서가를 오가며 읽고 싶은 책을 자유롭게 꺼내 읽을 때면, 찰나지만 나만의 서재에 머물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풍성해진다. 조선시대 정조 때부터 200년 넘게 오랫동안 사랑받은 책가도를 볼 때도 이와 비슷한 기분이 든다. 책가도란 책가 안에 책과 함께 도자기, 문방구, 향로 등을 진열해놓은 것을 그린 그림으로, 한글로 ‘책거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18세기 정조는 왕으로 올라서며 옥좌 뒤에 왕의 상징이었던 일월오봉도 대신 책가도 병풍을 세우며 조선 최초로 ‘미술 정치’를 펼쳤다. 학문에 힘쓰지 않고 소모적인 당쟁에 매달리던 이들에게 일침을 놓고 학문 숭상의 분위기를 마련하려 한 것이다.

01 책가문방도(冊架文房圖), 장한종, 19세기 초, 종이에 채색, 8폭 병풍, 195×361cm, 경기도박물관 소장

02 책거리(冊巨里), 19세기, 종이에 채색, 8폭 병풍, 각 67.5×36.5cm, 경기도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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