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책장 안에 곱게 모셔져 있던 양장 문학 전집이 여유의 상징이었던 때가 있었다. 금박을 두른 백과사전과 손때 묻은 두툼한 사전은 학교 숙제를 하는 데 아빠보다 더 큰 도움을 주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백과사전에서 ‘세종대왕’을 찾거나 종이 사전에서 영어 단어를 찾아보는 사람들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캘리포니아에 사는 목수, 소프트웨어 개발자, 코미디 작가이자 아티스트인 짐 로스노는 과거의 유물처럼 취급되는 이런 책들을 ‘박제’해서 새로운 기능을 부여했다. 그는 바라보기에는 여전히 아름답지만 더 이상 읽히지 않는 오래된 책들을 수집한다. 책 속을 비운 후 재활용 목재로 채운 뒤 가구를 만든다. 남다른 소재와 시선으로 탄생한 그의 작품은 실용적인 가구로도, 재기 넘치는 조형작품으로도 볼 수 있다. 그가 이런 아이디어를 얻은 것은 『뉴요커』에 실린 니콜슨 베이커의 에세이 ‘가구로서의 책’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