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아트 디렉터는 누구일까? 이구동성 1976년 창간해 1980년 권위주의 정권에 의해 폐간된 『뿌리깊은 나무』의 이상철이 꼽힌다. 그렇다면 그 이후 잡지 전반에 걸쳐 아트 디렉터의 역할을 극대화한 인물은 누구일까.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1983년 대중 패션지 『멋』의 아트 디렉터로 다섯 권의 잡지를 불꽃처럼 내놓은 디자이너 안상수가 아마 가장 첫 줄에 서게 될 것이다. 그는 1985년 탈네모꼴 한글 서체인 ‘안상수체’를 발표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타이포그래퍼가 되기 전인 1981년, 문화 교양지 『마당』의 아트 디렉터로 영입되었다. 1983년 국제복장학원에서 발행한 월간 『의상』을 모체 삼아 『멋』으로 재창간하는 과정에서 그는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사실 잡지 『멋』의 경영 총괄을 맡아 수지 책임까지 언급하며 발행인 박정수를 설득했기에, ‘주도적이라는 단어 하나로 그의 광범위한 역할을 설명하기란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