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las of Life : 삶의 아틀라스
진흙 위의 흔적들, 순천만에서
by Sebastian Schutyser
글 · 사진: 세바스티안 슈티제 © Sebastian Schutyser
에디터: 지은경
갯벌을 넘나드는 조수의 흔적, 광대한 평원 위에 서 있는 갈대들, 순천만의 소금늪은 일정한 주기로 움직이는 살아있는 풍경들이다. 강의 입구와 시내는 채웠다 비우기를 반복하고, 그 끝없는 움직임은 파도의 리듬을 타고 서서히 바다와 한 몸이 된다. 바다 위에 떠 있던 수많은 섬들은 썰물이 일면 섬이 되기를 멈추고 진흙 바닥을 내보이지만, 진흙투성이 표면 위로는 아직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는다. 주변 산들은 어딘가로부터 새어 나온 바다 안개에 모습을 감추어버린다. 아마도 가장 눈부시게 아름다운 부분은 일렁이는 파도와 바람을 따라 흔들리는 갈대밭일 것이다. 썰물 때는 갯벌 낚시를 떠나는 여인들의 모습도 목격할 수 있다. 나무로 만든 썰매 따위를 타고 갯벌 위를 유유히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은 참으로 우아하다. 그들이 남긴 궤적은 진흙 속으로 가라앉고, 서로 얽힌 자취들은 불과 몇 시간 만에 섬세하고 기하학적인 패턴을 만들어낸다. 그리고는 다시 바닷물이 그 위로 흘러, 유려한 서예가의 붓자국들은 모두 깨끗하게 씻겨 내려간다. 마치 스님이 적어 놓은 기도문을 모두 씻어내고 새로이 글을 적어 내려가는 것만 같다. 삶의 끝없는 갱신은 사람과 자연 사이의 깨지기 쉬운 평형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것에 있다. 수많은 삶이 의지하는 곳 순천만,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습지대 중 하나인 이곳은 우리가 꼭 지켜나가야 할 생명의 땅이다.
순천 배병우 아트 레지던시는 작가 배병우와 순천시의 주최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이다. 첫 번째 레지던시 거주자인 세바스티안 슈티제Sebastian Schutyser는 현재 순천만의 모습을 담는 사진 작업 중이다. 촬영한 사진들은 2017년 11월과 12월, 순천 배병우 아트 레지던시에서 전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