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진지한 거짓 세상의 구원투수,
소설가 강병융
에디터: 박소정
사진: 신형덕
“‘메시아’가 왔다는 2000년래의 구라가 있습니다.” 소설은 최인훈의 『광장』 서문을 패러디하며 첫 문을 연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라는 제목처럼 과연 범상치 않은 시작이다. 소설집은 MB정권 시절의 기사 252개로 만든 전대미문의 ‘복붙소설’ 「우라까이」부터 ‘병’맛을 넘어선 ‘병융’맛을 느낄 수 있는 패러디 소설, 읽을수록 작가의 안위를 걱정하게 되는 표제작 등을 포함해 총 아홉 편의 단편으로 채워져 있다. 진지한 거짓이 넘쳐나는 세상에 누구보다 유쾌한 얼굴로 진실을 투척하는 작가에게 소설같은 현실과, 소설 같지 않은 소설에 대해 물었다.
여러 단편을 통해 패러디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우리가 사는 것과 패러디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복붙소설’을 쓰게 된 것도 우리 삶이 복사해서 붙여 놓은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에요. 어떤 이들은 어디에서 본 것을 본래 자신의 것인 것처럼 말하기도 하죠. 그럴 바에 그냥 대놓고 ‘복붙’하자란 생각에서 썼어요. 사실 그냥 제가 창작해서 쓰는 것보다 더 힘들어요. ‘수많은 기사를 읽고 날짜, 제목부터 언론사, 기자 이름까지 다 머릿속에 기억해 놓고 이것을 다 연결할 수 있어야 돼요.’라고 대답하고 싶은데 현실은 그게 안 되잖아요.(웃음) 그래서 구글로 엄청 검색했어요. 구글이 없었으면 나올 수 없는 소설이죠. 전 정권 시절에 그분과 관련된 기사를 토가 나올 정도로 많이 봤는데, 책이 나오기 전에 편집자가 사실 여부를 확인하느라 고생이 많았죠. 정말 힘들었는데, 항상 어떤 한계가 주어지면 도전적이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외국에 살고 있어서 겁이 없었나 봐요.(웃음) 당시 『한겨레』에서 위인이나 유명한 사람들에 관해 써달라고 원고 청탁이 왔는데, 이상하게 좋은 사람은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그때 떠오른 분이 표지의 모델이기도 한 그분이죠. 그분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알고 있으니까 약간 다른 형식으로 써보자 해서 시작했던 게 「 여러분, 이거 모두 거짓말인 거 아시죠?」예요. 나중에 『Axt』에서 글을 써 달라는 부탁이 왔을 때도 그분의 악영향이 남아있어서 그분에 대해서 또 쓰게 됐죠.(웃음)
알퐁스 도데의 작품은 굉장히 순수한데, 그 안에 시국 이야기가 들어있어요. 그래서 ‘그 안의 순수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붙여 놓으면 뒤틀려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 쓰게 됐어요. 그리고 패러디라는 게 일단 많은 사람들이 아는 작품을 기준으로 해야 돼서 고른 측면도 있죠. 백가흠 작가는 소설가가 되기 전부터 서로의 소설을 읽어주던 오랜 친구인데 그때부터 그 친구의 색이 멋지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이번에 기회가 닿아서 패러디를 해봤죠. 그리고 백가흠 작가가 저보다 훨씬 유명하니까 한번 얹혀 가볼까 하는 생각이 조금 있었겠죠.(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