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 특별기획
지식의 타워 구하기 프로젝트
THE BOOKTOWER OF GHENT
The Ghent University Library
에디터: 지은경, 세바스티안 슈티제 Sebastian Schutyser
Photos © Geert Roels / UGent Boekentoren
벨기에 겐트에는 우뚝 솟은 첨탑들이 여러 개 있다. 화려한 고딕 양식으로 이루어진 탑들 사이로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탑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진보적인 교육의 도시 겐트에 우뚝 선 이 탑의 이름은 다름아닌 부큰토른Boekentoren(북 타워Book Tower)이다. 현재 이 타워는 지식을 귀중히 여기는 건축가의 마음과 책과 도서관을 보존하려는 겐트 시민들에 의해 새로운 단장을 진행 중이다. 복잡한 구조의 건축물을 유지하기 위해 쏟아야 하는 노력과 예산이 신축작업보다 훨씬 큰 규모의 것이라 할지라도 이 작은 도시는 그 수고스러움을 택했다. 그곳에는 도서관의 역사가 존재하며 건축가의 영혼과 책을 향한 경외심이 깃들어있기 때문이다. 벨기에의 ‘지식의 타워 구하기 프로젝트’는 현재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앙리 반 데 벨데Henry Van de Velde는 벨기에를 대표하는 예술가이자 데코레이터, 디자이너, 건축가다. 또한 그는 빅토르 오르타Victor Horta와 함께 아르누보 운동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20세기 초 독일의 건축과 디자인에 깊은 영향을 받은 반 데 벨데의 작업은 모더니즘과 바우하우스 발전에 중요한 열쇠의 역할을 했다고도 평가받고 있다. 1933년, 일흔 살의 반 데 벨데는 겐트 대학 도서관의 건축 의뢰를 받았다. 당시 건축가들에게 도서관을 짓는 일은 매우 명예로운 일이었다. 세기를 아우르는 지식의 저장 창고이자 인류의 보물창고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건축가들에게만 의뢰되는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도서관 건축 디자인을 앞두고 반 데 벨데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스친 생각은 ‘책을 높은 타워에 보관’한다는 것이었다.
부큰토른 1층의 넓은 열람실에는 수천 개의 서랍이 달린 가구들이 배치되어 있다. 그 서랍에서 열람하고자 하는 책의 목록을 사서에게 건네면 사서는 북타워에서 책을 찾아 내려온다. 도시의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한 도서관 건물과, 그 위로 치솟은 북타워는 도시와 대학, 과학, 지혜 그리고 지식의 커다란 아이콘 역할을 하리라는 게 반 데 벨데의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생각은 당시 도서관 사서들에게 그다지 큰 설득을 발휘하지 못했다. 반 데 벨데의 강한 의지는 결국 이 거대한 타워를 현실화시켰고, 1934년 석고로 만든 모형을 통해 도서관 전체의 디자인을 공개했다. 수많은 반대와 조율, 그리고 변형 끝에 건축가는 비로소 자신이 원하던 형태의 건축 시공에 착수하기에 이르렀다.
건축물의 구조와 마감처리가 끝난 해는 1939년이었다. 북타워는 인상적인 전망대와 함께 64m 높이로 지어졌다. 현대 건축물의 상징이었던 콘크리트 건물이 지어지고 획기적인 슬라이딩 방식의 셔터 기술이 도입되었다. 지상 4층 위에서 총 20개 층으로 쌓아 올려진 타워에는 48km 길이의 인쇄물과 3백만 권이 넘는 책이 소장되었다. 앙리 반 데 벨데는 주각에 노출 블루스톤 클래딩과 콘크리트의 특이한 외관을 선택했다. 또한 타워를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면 그리스식 십자가 모양을 하고 있다. 이는 종교적인 의미가 아닌 하늘과 땅, 그리고 시간과 공간을 병합한다는 의미에서 출발한 형태였다. 반 데 벨데는 높은 것과 낮은 것을 조합한 도서관의 형태가 고딕양식의 성당들로 가득한 도시 속에서 시간과 스타일을 초월하며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데 주력했다.
신문 등을 읽을 수 있는 주 열람실은 남쪽을 향하고 있어 햇빛을 한가득 받는 반면, 작품을 보관하는 열람실은 창이 북쪽으로 나 있어 햇빛으로부터 중요문서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건물은 매우 직선적이고 딱딱한 디자인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모서리는 둥글려져 있고 창문과 연못은 그리스식 십자가의 모양을 갖추고 있다. 이는 1930년대 반 데 벨데의 대표적인 건축적 어휘이기도 하다. 그는 건축물이 지닌 정신을 극대화시키고 강조하기 위해 검은색 철제 창문, 마루바닥 패턴, 문 손잡이, 가구와 히터 커버 등 건물 안에 들어가는 모든 디테일적 요소들 또한 디자인했다.
